[경제 포커스]파워상품 20%가 매출 80% 차지

  • 입력 2002년 7월 21일 18시 41분


할인점인 신세계 이마트는 최근 매출기여도가 높은 ‘파워상품’을 분류하다 재미있는 현상을 재확인했다.

제품 종류에 관계없이 잘 팔리는 상위 20%의 상품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커피코너에서 파는 인스턴트커피는 모두 27종인데 이 가운데 22%에 해당하는 6종이 인스턴트커피 전체 매출의 79.9%를 차지했다.

‘20%가 80%의 결과를 낸다’는 ‘20 대 80 법칙’이 유통매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 사실 이 현상은 유통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유통업체들이 매출에 ‘별 도움이 안 되는’ 80%의 상품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매장에 전시한다는 점.

20%에 해당하는 파워상품은 나머지 80%의 상품이 있어야만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하위 80%의 상품을 없애면 잘 팔리던 상품의 매출이 형편없이 떨어진다고 한다.

명지대 윤창현 교수(경영무역학부)는 “핵심적인 20%가 제대로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80%가 필수요소”라며 “모든 역량을 20%에 집중하는 것보다 20%와 80% 사이의 상호작용을 고려해 적절하게 역량 투입을 조절하는 경영수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매장의 20 대 80 법칙〓이마트에 따르면 맥주 커피 등 기호품과 가전제품은 2 대 8의 비율이 거의 정확하게 나온다. 즉 20%의 상품 종류가 해당 제품군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화장지 및 세탁용 세제 등 일반소비재는 2.5 대 7.5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시스템기획부 유승선 팀장은 “이마트가 취급하는 제품의 18%인 8100여개 파워상품이 전체 매출의 84%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할인점 홈플러스(삼성테스코)의 분석도 마찬가지. 홈플러스가 파는 3만5000여종의 상품 가운데 19.8%인 7000여종이 전체 매출액의 78%를 차지한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하다. 인터넷쇼핑몰 인터파크의 웹페이지에 게시된 17만종의 상품 중 한 달에 하나라도 팔리는 상품의 종류는 20.5%인 약 3만5000종. 하지만 안 팔리는 나머지 상품도 계속 게시한다.

고려대 이두희 교수(경영학)는 “인터넷쇼핑몰 고객은 조금만 실망해도 다른 쇼핑몰로 이동하기 쉽기 때문에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관건”이라며 “방대한 상품을 보유한다는 사실 자체가 고객을 붙잡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들러리 80%는 화려한 조연(助演)〓인터넷쇼핑몰 LG이숍에서 파는 쌀 브랜드는 모두 30개. 백미와 기능성쌀이 각각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중 16.7%인 5개 제품이 전체 쌀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이들 제품은 모두 백미다.

그런데도 LG이숍은 초기화면에 백미가 아닌 기능성쌀을 내세웠다. 첨단제품, 새로운 제품으로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다. 이 전략으로 쌀 코너의 고객이 30%가량 늘었고 백미 매출도 약 15% 증가했다. 들러리를 내세워 주력상품의 매출을 올린 것.

LG이숍 손정일 MD는 “속옷 매출의 대부분은 일반 속옷이 차지하지만 기능성 속옷과 함께 전시해야만 일반 속옷 매출이 오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단지 필요한 것을 구입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 상품을 구경하거나 이런저런 상품의 값을 알아보기 위해서도 쇼핑몰을 찾는다는 것.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고객을 잃게 된다.

삼성테스코 상품기획팀 최경선 과장은 “상위 20% 상품은 물론 중요하지만 비교대상이 많을수록 우위상품이 더욱 두드러지듯 나머지 80% 상품은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영원한 스타상품은 없다〓‘언제라도 원하는 상품은 다 갖췄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유통업체들이 몇 년 동안 1개도 팔지 못하는 수천만원짜리 상품을 진열하는 이유도 ‘최고급 제품까지 갖췄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다.

전략컨설팅업체 모니터컴퍼니 송기홍 부사장은 “상품의 관점에서는 효자상품과 들러리상품을 구분할 수 있지만 그것을 소비하는 고객은 같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송 부사장은 “쌀은 파워 상품, 향신료는 들러리상품이더라도 필요할 때 향신료를 못사 실망한 고객이 여전히 쌀은 그 매장에서 사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파워상품이 영원히 효자상품일 수 없는 것도 들러리상품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비자들의 구매성향은 변화하므로 현재는 80%에 속하는 상품이 언제 20%로 진입할지 모른다. 또 매출이 미미하더라도 개당 수익률이 높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싶은 상품은 비중 있게 전시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많은 상품을 진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런저런 조건을 고려해 적절한 종류의 들러리상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신세계 이마트 성열기 가공식품매입팀장은 “들러리상품은 파워상품이 자라는 토양이자 새로운 파워상품을 낳는 기능을 한다”면서 “통상 파워상품 아이템의 4배 정도를 적정한 들러리상품 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20 대 80 법칙을 보여주는 상품들 (단위:%)
 해당 상품군에서파워상품 비율해당 상품군 매출액에서파워상품의 매출액 비율
인스턴트 커피2279.9
맥주20.976.1
기저귀와 물티슈 등 유아제지류20.277.2
세탁세제25.278.6
이마트 상품 전체1884
자료:신세계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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