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명 모집 예정에 6900여명이 지원, 경쟁률이 창사 이래 최대인 340 대 1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석사학위 이상이 853명으로 전체의 12%를 차지했고 공인회계사 등 특수 자격증 소지자도 대거 입사 원서를 냈다.
취업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물간 것으로 치부되던 ‘쇳물’ 기업으로서는 이변이었다.
과감히 첨단 기술을 접목시키는 등 ‘전통 산업’에서 ‘첨단형 업종’으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전통 기간산업, 이른바 ‘굴뚝산업’이 첨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이미 전자산업을 근간으로 삼은 지 오래고 철강, 조선, 플랜트 등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산업도 디지털 날개를 달고 있다.
▽왜 첨단화인가〓90년대 들어 철강 조선 등 굴뚝산업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 등 세계 경제의 환경 변화로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첨단 기술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도약을 하든지 아니면 중국 등지로 생산 거점을 옮겨 일시적으로 채산성을 맞추어야 했다.
때마침 한국에 거센 정보기술(IT) 바람이 불었고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등 공기업이 속속 민영화됐다. 이후 포스코의 성공을 대표작으로 한 경영 혁신, 기술혁신 바람이 굴뚝산업의 체질을 바꾸기 시작했다. 물론 혁신 바람 속에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고 오히려 문제점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포스코 경영혁신 작업을 주도해 온 류경렬 전무는 “디지털 기술로 30여년간 조직의 혈관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냈다”고 굴뚝산업의 변신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경영혁신은 온라인에서〓굴뚝산업의 첨단화는 업무혁신(PI·Process Innovation)으로 대표되는 경영혁신에서부터 시작됐다. 전사적자원관리체제(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등 기업경영에 필요한 모든 부문을 IT와 접목, 사업 진행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한편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크게 줄였다.
철강업계 세계 표준으로 태어난 포스코의 PI시스템 ‘포스피아’가 대표적인 사례. 포스코는 포스피아에 힘입어 예산 편성기간은 110일에서 30일로, 판매생산 계획 수립기간은 60일에서 15일로, 신제품 개발기간은 4년에서 1년6개월로, 매월 결산 처리기간은 6일에서 15시간으로 단축, 지난해 3196억원의 경비를 절감했다. 올해도 4400억원의 경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가 테이프를 끊은 PI는 굴뚝산업에 다양한 형태로 확산됐다. 현대중공업은 생산공정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작업량과 자재소요량을 예측하고 공정 자동화율을 높이는 ‘통합생산정보 관리시스템(Hi-CIM)’을 도입했고 두산중공업은 독자 PI시스템인‘DH-Net’을 개발해 모든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대우조선해양의 PI구축 도전. 조선 산업은 주로 주문생산을 하는 대표적인 수요자 중심의 산업이라 표준화, 정형화가 어느 산업보다 어렵다. 대우조선해양이 목표대로 2005년 전까지 PI를 구축한다면 철강업계 세계 표준이 된 포스코에 이어 조선업계 세계표준으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온라인을 활용한 전자상거래도 정착돼 현대중공업은 연간 1000만장의 종이를, 대우조선해양은 연간 30억원의 구매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생산 현장에도 디지털 바람〓대우조선해양의 의장제작부는 올 들어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한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파이프 생산 및 보급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파이프를 작업 순서별로 제작, 분류, 보급한 후 사무실로 돌아가 기간 시스템에 생산 정보를 입력했으나 PDA 활용으로 이 같은 과정이 없어졌다. 덕분에 결품률이 크게 줄었다. 포항제철소 전기제어설비부 역시 PDA를 활용, 운전자가 어느 곳에서든 설비를 운전할 수 있는 이동 운전실을 구현했다.
삼성중공업은 2004년까지 총 6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선박건조 공정 가상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선박 가공에서 진수까지 전 공정을 가상공간에서 재현해 설비, 인력배치, 공법 등 각 분야 업무를 사전에 최적화하는 것으로 회사측은 연간 300억원의 원가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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