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에게 한국은 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므로 이미 ‘떠날 수 없는’ 국가가 됐다.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셀 코리아(sell Korea)’는 불가능하다. 이라크전쟁이 단기전으로 마무리되고 북한 핵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5∼8월에 랠리 가능성이 있다.”(UBS워버그 이승훈 상무)》
전문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한국CEO포럼 세미나가 열린 25일 밤 서울 신라호텔. 발제를 맡은 최 연구위원과 이 상무가 ‘2003년 한국 경제’를 180도 다른 시각에서 전망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비관론의 근거=최 연구위원은 우선 한국 경제의 불안 가능성을 취약한 금융시장에서 찾았다. 아직도 건전성이 뿌리내리지 않은 한국 금융시장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불안요인이 조금만 생겨도 큰 충격을 받는다는 것. 특히 최 연구위원은 “이라크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나도 미국 경제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때문에 장기간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달러화마저 약세로 돌아선다면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지난해 경기활성화로 소비가 늘면서 신용팽창의 선순환이 이뤄졌으나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한 신용팽창은 계속될 수 없다”며 “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면 가계부채의 부실로 인해 돈이 잘 돌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유럽과 미국간의 관계가 이라크전을 계기로 악화되면서 정책공조의 가능성까지 크게 줄었다”며 “한국은 경제 주체가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야 활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론자의 반격=이 상무는 최 연구위원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저축을 포함할 경우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 아니며 가계부채의 절반이 ‘소모성 소비’가 아닌 주택매입에 쓰여 부동산 가격만 적당히 유지되면 가계부채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는 또 북한 핵문제에 대해 “북한 문제가 한국을 둘러싼 3대 불확실성의 하나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한국, 나아가 동북아는 이라크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것으로 보는 외국인투자자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핵문제와 관련한 외교협상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지난해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팔았지만 이는 그동안 한국 주식을 지나치게 많이 사들인 데 대한 조정이며 전체 주식시장 중 비율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달러화 약세 가능성’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미국을 대체할 국가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쌍둥이 적자는 80년 이후 계속 나온 얘기”라고 반박했다.
▽CEO는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나=한국CEO포럼은 이날 참석한 CEO 61명에게 ‘2003년 경제동향 및 신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즉석으로 실시했다.
먼저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은 ‘3.0∼3.9%’로 답변한 CEO가 전체의 55%로 가장 많았으며 ‘4.0∼4.4%’(29%), ‘3% 미만’(10%), ‘4.5∼5.0%’(6%)순이었다. 아직까지 정부의 공식 예상치인 5% 초반인 것에 비하면 앞으로 경제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것. 그러나 연말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종합주가지수 687’로 비교적 높았다.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우려할 수준’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60%에 달했다. ‘우려할만한 수준이나 곧 회복될 것이다’고 답한 CEO는 1명도 없었다.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올해 귀하의 회사에서 구조조정 계획(인력감축 포함)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46%가 ‘그렇다’고 답했다는 것.앞으로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일단 계획대로 진행’과 ‘시장상황에 따라 대폭 수정을 계획 중’이라는 답변이 각각 41%였고 ‘전면 유보’는 18%로 조사됐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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