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사이버거래 피해 근절대책 없나

  • 입력 2003년 7월 3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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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보고 돈을 지불하라.’

거래의 철칙(鐵則)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철칙이 적용되지 않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홈쇼핑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바로 그것이다.

TV의 홈쇼핑 채널이나 컴퓨터의 모니터에서 물건 사진을 본 뒤 전화번호를 누르거나 마우스를 ‘클릭’하면 돈은 즉시 판매자에게 건네진다.

당연히 ‘물건이 다르다’느니 ‘속았다’느니 뒷말이 많다.

▽온라인 쇼핑, 급성장했지만=정보기술(IT) 선진국인 한국에서 인터넷 쇼핑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소비자들을 고객으로 하는 B2C 전자상거래 규모는 5조430억원.

‘TV방송을 보고 물건을 고르는’ 홈쇼핑 시장규모도 지난해 4조2982억원(통계청 추산)으로 매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6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유사홈쇼핑 시장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그러나 성장세가 커지면서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물건을 보기 전에 돈을 지불한다’는 온라인 거래의 약점을 이용한 일부 업체들의 불법적인 상술 때문에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

▽절반 값에 드립니다(?)=인터넷쇼핑몰 하프플라자는 지난해 8월부터 회원에게는 컴퓨터와 가전제품을 정상가의 절반에 판매하는 혁명적인 마케팅으로 금방 수십만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그러나 ‘밑지는 반값 행진’이 계속될 수는 없었다. 올해 2월 15만5000건에 470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

유아용품을 최저가로 판매한다고 속여 주부들에게 돈을 받아 가로챈 ‘다다포인트’ 사건, 노트북 컴퓨터를 30% 싸게 공동 구매한다고 해놓고 돈을 가로챈 ‘밸리텍’ 사건 등이 대표적인 것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전자상거래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건수가 1만256건으로 이미 지난해 상담건수 1만760건에 육박했다.

불법 TV홈쇼핑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홈쇼핑은 크게 5대 홈쇼핑 회사의 정규 홈쇼핑, 케이블TV 광고시간에 나오는 유사 홈쇼핑, 정규 또는 유사 홈쇼핑을 가장한 불법 홈쇼핑 등 3가지로 구별된다. 그런데 불법 홈쇼핑업체들과 일부 유사 홈쇼핑업체들이 방송심의도 받지 않은 채 일부 중계유선방송이나 위성방송을 통해 불량상품을 판매하면서 상품 품질과 대금 결제에 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것.

▽온라인 거래 피해 막으려면=정부와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도입을 추진 중인 에스크로(escrow)제도가 대표적인 대안.

에스크로란 제3자가 물건 값을 임시로 보관하는 제도. ‘구매자의 주문 및 제3자에게 대금 입금→판매자의 물건 발송→구매자의 배달 및 만족 확인→판매자에게 대금 지불’의 절차를 밟는다. 대금만 받고 제품을 보내지 않거나 엉터리 제품을 보내는 사기피해를 막을 수 있다. 판매자로서도 대금이 에스크로 통장에 입금됐다는 통보를 받고 물건을 배달하기 때문에 허위주문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최대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옥션(www.auction.co.kr)이 에스크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기관에서는 우리은행이 지난해부터 에스크로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휴대전화 결제에 대비한 모바일 에스크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까지 에스크로를 도입한 회사는 옥션과 이셀피아 등 일부 경매회사들. 많은 인터넷 쇼핑업체들은 거래금액의 1∼3%인 수수료 부담 때문에 도입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에스크로 서비스를 공공기관에서 실시해 수수료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일부 에어컨이나 꽃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업체들을 중심으로 ‘물건을 받은 다음에 돈을 내는’ 후불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그 수는 적은 편.

이 밖에 다음이나 야후 등의 포털업체들은 입점 쇼핑몰에 대해 소비자 피해보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소비자보호원 사이버소비자센터 사이버거래조사팀 여춘엽 팀장은 “과다한 경품을 제공한다고 약속하는 업체들은 일단 조심해야 한다”며 “홈페이지에 연락처가 없는 등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업체에서는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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