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환경차인가=도요타 자동차의 조 후지오(張富士夫) 사장은 6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환경포럼에서 “세계 자동차업계를 주도할 기술의 핵심은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차를 외면하다가는 자동차제조업체의 생존이 어렵다는 인식.
환경차의 개발은 배기가스 규제에서 시작됐다.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03년부터 일정 규모의 자동차업체는 환경차를 10% 이상 생산, 판매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지금은 마이애미주 뉴욕주 등도 같은 규제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유럽도 단계적으로 엄격한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적용한다.
업계는 환경차가 지닌 ‘에너지 고효율’에 특히 주목한다.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 연료전지개발팀 임태원 부장은 “환경차가 기술적으로 안정되기만 하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환경차가 기존 가솔린 위주의 자동차 시장을 급속히 대체, 2015년이면 자동차시장의 2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차 투자, 더 이상 늦출 수 없다=현대·기아차는 2010년까지 ‘환경친화형 차량’ 개발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까지 글로벌 톱5에 들기 위해서는 환경차 개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GM대우나 삼성르노차는 맘만 먹으면 GM이나 르노의 기술을 들여와 대응할 수 있지만 현대차는 자체적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정부 당국도 다급해졌다. 최근 미래형 자동차를 한국을 이끌어갈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 지원에 나섰다.
현대차는 작년 시험차로 ‘하이브리드 클릭’을 내놓았다. 연비는 리터당 14km에서 18.8km로 40% 개선됐지만 아직은 선발업체에 뒤진다. 가격도 가솔린 차의 배나 된다. 2001년 내놓은 연료전지차도 내년경 시범 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남충우 부회장은 “미국은 올해 초 연료전지 자동차의 개발에 5년 동안 7억2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유럽 일본 등 각국에서도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은 물론 구입 지원비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차 어디까지 왔나=현재 각국의 자동차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환경차는 하이브리드. ‘잡종(雜種)’이라는 뜻의 하이브리드는 2개 이상의 동력원을 단 차량이다. 가솔린엔진에 ‘배터리+전기모터’를 첨부한 것이 대종. 연비를 30∼60% 개선하고 공해도 줄였다.
도요타는 97년 프리우스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엔 ‘하이브리드 크라운’도 내놓았다. 프리우스(1500cc)는 올 상반기까지 12만2000여대가 팔렸다. 최고속도 시속 160km에 리터당 31Km의 연비. 혼다는 1999년 ‘인사이트’를 시판한 데 이어 2001년 ‘하이브리드 시빅’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환경차의 구입비를 지원, 도요타는 시판 당시 프리우스를 차가격의 절반인 1만7000달러에 내놓았다. 정부 지원으로 차 가격이 떨어진 것.
미국과 유럽은 시판용 하이브리드차가 없지만 늦어도 2005년경이면 양산(量産)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업계는 환경차가 궁극적으로 액화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Fuel-cell)’ 차 쪽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를 태워 전기를 일으키고 전기의 힘으로 차가 움직이는 것. 물 이외의 배기물질이 없는 진정한 의미의 환경차다. 액화수소의 충전도 액화석유가스(LPG)만큼 쉽다. 연비는 2배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엔진의 내구성이 떨어지는 등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가격도 대당 100만달러를 넘는다. 연구가 앞선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올해 말까지 시범운행할 승용차 60대를 유럽 미국 일본 등에 내놓을 예정이다. 또 유럽 10대 도시가 추진하는 ‘유럽청정도시교통(CUBE)계획’에 연료전지 버스 30대를 판다. 본격시판은 2010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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