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디지털시대의 '逆진화' 종이광고

  • 입력 2003년 7월 30일 18시 28분


코멘트
《지난해 8월 서울 시내 극장가와 대학가에는 이색 광고 전단(傳單)과 홍보 포스터가 뿌려졌다. 온라인 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가 성인용 온라인 게임 ‘A3’의 홍보를 위해 광고 전단 30만부와 홍보 포스터 6만부를 배포한 것. 온라인으로 고객을 끌어내기 위해 오프라인 광고를 선택한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광고 전단과 포스터에 적힌 ‘A3’ 홍보용 홈페이지를 보려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50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A3’의 성공을 계기로 테일즈 위버, 디지몬 온라인 등 온라인 게임 홍보 포스터가 거리에 등장했다.》

‘종이의 종말’을 예고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자본주의의 종말’을 예견한 카를 마르크스의 공통점은 ‘생각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게 아닐까. 종이를 이용한 ‘페이퍼 마케팅’은 첨단 마케팅 기법과 인터넷 기술을 흡수하면서 19세기 자본주의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환경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여전히 강한 전단의 위력=디지털 시대에도 유통업계의 종이 광고 전단 의존도는 여전하다. 일목요연하게 편집할 수 있는 데다 기록성과 고객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광고를 보고 매장을 찾은 응답자의 90%가 광고 전단과 우편DM(Direct Marketing) 등을 통해 쇼핑 정보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3사가 수도권에 뿌린 광고 전단은 6억부 정도.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해 1억6000만부의 광고 전단을 전국에 배포했고 올해는 2억2000만부 정도를 뿌릴 계획이다.

노희동 신무림제지 마케팅팀장은 “고급 인쇄물과 광고 전단용으로 쓰이는 아트지 수요가 매년 두 자리대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첨단 마케팅 기법 접목=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객관계관리(CRM) 등 마케팅 기법과 다양한 콘텐츠 등이 보강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고객과 상권별 특성을 맞춰 제작한 쿠폰 북과 우편DM 발행 횟수를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늘렸다.

김대현 현대백화점 판매촉진팀장은 “우편DM을 통한 매출이 올여름 세일기간 식품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001년부터 20, 30대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패션, 요리 등 콘텐츠 전문기자 4명을 뽑아 생활정보지 스타일의 광고 전단을 만들고 있다. 삼성플라자 분당점도 주부기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잡지 마케팅이 뜬다=100∼300페이지 분량의 잡지를 발행하는 기업도 최근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외주(外注) 제작한 패션잡지 ‘퍼스트 레이디’ 1만5000부를 VIP고객에게 우편 발송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은 고급 패션잡지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전문 잡지사와 제휴해 100페이지 분량의 잡지 4종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밖에 호텔, 자동차업계도 문화, 레저 등의 콘텐츠를 갖춘 잡지를 VIP고객에게 나눠주고 있다.

장혜진 신세계백화점 과장은 “잡지 마케팅은 간접적인 상품 홍보와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통신판매업체와 의류업체의 카탈로그는 패션 정보 등 읽을거리를 강화한 ‘매가로그’(매거진+카탈로그) 형태로 바뀌고 있다. 제일모직, LG패션, 캠브리지 등 남성복 브랜드와 ‘클라이드’ ‘콕스’ ‘TBJ’ 등 캐주얼 브랜드 등이 매가로그를 발행하는 대표적인 업체.

독일계 통신판매업체 두산OTTO 양문영 대리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카탈로그에 다양한 읽을거리를 곁들이거나 잡지 스타일의 편집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시너지를 노린다=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페이퍼 마케팅’ 기법도 개발되고 있다.

오토바이 생산업체 야마하, 닛산자동차, 게임업체 세가 등 일본 기업은 홈페이지에서 자사의 상품을 종이 모형으로 만드는 ‘페이퍼 크래프트’ 재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게임업체 손노리도 게임에 등장하는 건축물 등을 소재로 한 종이 공작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배성곤 액토즈소프트 마케팅실장은 “종이와 인터넷의 장점을 결합한 마케팅 기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홍보 효과도 무척 높다”고 말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