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대우, 5개 계열사 재기 구슬땀

  • 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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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가 되살아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대우종합기계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옛 대우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재기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다.

조선해양과 종합기계는 2001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 경영정상화를 향해 순항 중이다. 건설과 인터내셔널도 올해 워크아웃 졸업을 목표로 막바지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일렉트로닉스는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올 상반기 흑자로 돌아섰다. 4월 미국 3대 가전업체인 메이텍사와 3년간 대형냉장고 171만대, 4억6500만달러 규모의 독점 공급계약을 따내는 등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대우 재건’에 앞장선 이들 5개사가 수익을 내는 분야는 조선 기계 건설 가전 무역 등 과거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성장산업들. 특히 조선 기계 건설은 최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수익을 내는 몇 안 되는 분야다.

그러나 이들은 더 이상 대우 계열사가 아니다. 이름에 ‘대우’의 흔적은 남았지만 명실상부한 독립기업이다.

부활을 가능케 한 힘은 무엇일까.

▽클린 컴퍼니로 재탄생=대우 계열사의 부활에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부채탕감이 큰 힘이 됐다는 데엔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다. 조선해양과 종합기계는 대우중공업에, 건설과 인터내셔널은 ㈜대우에, 일렉트로닉스는 대우전자에 부채의 상당부분을 떠넘기고 자신들은 클린 컴퍼니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인력감축과 사업부 통폐합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전개했다. 경영의 목표를 수익에 두면서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내지 못하는 사업부문은 과감히 폐지했다. 이른바 돈 되는 사업에만 몰두한다. 이자부담이 크게 줄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을 하면서 재무적 리스크에서 벗어난다.

외환위기 이후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살아난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수익기반이 탄탄하다=죽어가는 기업이 부채경감만 해주면 되살아날까?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건설 종합기계 조선해양 등 대우 계열사는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회사로 시공 능력과 기술력 면에서 업계 최상”이라고 말했다. 영업이익 창출 능력은 장기적 생존의 토대가 된다. 이 점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

건설은 올 상반기에 4조2480억원의 수주실적을 올려 국내 건설수주 1위를 차지했다. 조선해양은 7월 말까지 20억달러어치를 수주, 올 목표치 28억3000만달러를 곧 넘어설 태세다. 종합기계의 굴착기 지게차 공작기계는 국내시장 점유율에서 부동의 1위다.

당초 이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도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 등으로 꼼짝 못하게 얽혀 있었기 때문이지 수익구조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었다.

멀쩡한 기업까지 시름시름 죽어가게 되는 선단(船團)식 경영의 멍에에서 벗어나자 원래의 잠재력을 보이기 시작한 것.

메릴린치 이원기 전무는 “대우그룹이 해체될 때 일각에서는 ‘대우도 못 살리는 나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사실은 그룹 체제의 해소 덕분에 기업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인은 대우를 지켰다=정성립(鄭聖立) 조선해양, 양재신(梁在信) 종합기계, 남상국(南相國) 건설, 이태용(李泰容) 인터내셔널, 김충훈(金忠勳) 일렉트로닉스 사장은 모두 대우그룹에서 청춘을 보낸 골수 ‘대우맨’이다. 실력으로 바닥에서부터 착실히 내공을 다진 현장 중시형 경영인들이라는 것. 채권단도 “이들만큼 회사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판단, 수렁에 빠진 기업을 살리는 구원투수로 이들을 낙점했다.

대우의 경영진은 또한 회사 재건의 숨은 공로자로 직원들을 꼽았다.

김충훈 이태용 남상국 사장은 “취임 후 사업장을 둘러보면서 평소 눈여겨봐 둔 직원들이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있음을 확인했을 때 재기를 확신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위기의 순간에서 싹튼 노사간의 신뢰는 ‘무교섭 무분규’ 전통으로 이어졌다.

LG경제연구원 이승일 연구위원은 “해당 분야에 정통한 경영진이 오면서 경영진 교체에 따른 초기 혼선을 없앤 데다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상하간 결속력과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대우 5사 올 상반기 경영실적 (단위:억원)
대우
조선해양
대우
종합기계
대우
건설
대우
일렉트로닉스
대우
인터내셔널
매출액2조310
(28%)
1조957
(24%)
1조9246
(19%)
1조189
(―22%)
9699
(―40.7%)
경상이익2237
(21%)
1451
(105%)
1186
(4%)
660
(흑전)
177
(1670%)
영업이익1875
(33%)
1258
(33%)
1908
(5%)
693
(203%)
166
(20%)
순이익1593
(21%)
1019
(106%)
851
(6%)
660
(흑전)
257
(흑전)
대우인터내셔널은 1·4분기(1~3월) 실적임. 괄호 안은 전년 동기대비 증감률, 흑전은 흑자전환. 자료:각 사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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