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국적기업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징이다.
미국계 제약회사 한국MSD는 올 8월 이승우 사장 후임으로 마크 팀니 전 호주MSD 마케팅 책임자를 임명했다. 덴마크 제약회사인 노보노디스크제약도 올봄 에릭 러츠 전 필리핀 지사장을 새 사장으로 맞이했다. 한국BMS는 이희열 사장 후임으로 올 10월경 파키스탄인 눅타르 헤이더를 공식 임명할 예정이다.
9월 현재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에 등록된 회원사 28개 중 외국인 CEO는 모두 16명. 처음 협회가 설립됐던 1999년 당시에는 24개 회원사 가운데 외국인 CEO가 11명이었다. 이는 한국 제약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 다국적 제약사들이 초창기에는 한국인 CEO를 선호하지만, 안정적인 영업상태에서는 자사(自社) 제품의 특성을 잘 아는 해외 CEO로 바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식음료, 의류 등 소비재 분야는 마케팅, 영업 등에서 잔뼈가 굵은 현지인 CEO가 더 선호된다. 워낙 민감하게 변하는 한국 소비자 기호를 따라잡기에는 한국인 CEO가 유리하다는 것.
한국암웨이는 지난해 5월 한국법인을 세운 지 11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인 박세준씨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한국존슨앤존슨도 올 6월 한국 진출 20년 만에 처음으로 최승한 마케팅 상무를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한국P&G는 올 7월 신임 사장으로 김상현 전 P&G 데오도란트사업부 북미지역 총괄담당자를 임명했고, 한국후지제록스는 8월 비어있던 사장직에 정광은 전 한국후지제록스 부사장을 임명했다.
‘토종 CEO’의 성적도 좋았다. 1998년 이재희 회장 체제를 갖춘 유니레버코리아는 지난 3년간 55%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나타냈다. 5년 연속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게 한 1등 공신 김효준 사장은 올 7월 독일 BMW 본사의 임원으로 선임될 정도다.
한국하겐다즈 한종률 사장은 “한국하겐다즈는 라이프스타일 카페, 아이스크림 퐁듀 등 한국에만 있는 매장과 상품을 개발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소비재의 경우 외국 본사의 방침을 그대로 한국 시장에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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