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대형 M&A시장 후끈…‘굵직한 매물’에 군침

  • 입력 2003년 10월 5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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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뜸하던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 굵직한 매물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은 물론 외국자본들의 물밑 움직임이 치열하다. 시장에 나올 대형 매물은 SK그룹의 쉐라톤워커힐호텔과 SK생명, 대우그룹의 부도로 시련을 겪은 뒤 부활한 옛 대우계열사들. 인수 후보 업체간에는 경쟁자의 진의를 탐색하기 위한 치열한 정보전이 벌써 시작됐다. 매물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을 흘리기도 한다. 》

▽경쟁이 치열한 워커힐 호텔=SK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이달 중 최태원 SK㈜ 회장(40.7%)과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9.7%)가 보유한 워커힐호텔 지분매각공고를 낼 예정. 외국계 컨소시엄 등 10여 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비상장기업인 워커힐호텔의 50.4% 지분가치를 1500억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57억원 적자로 영업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서로 군침을 삼키는 것은 잠재가치 때문.

쉐라톤워커힐호텔은 하반기 기업 인수합병 (M&A)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매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커힐호텔과 신축 중인 W호텔(가칭)의 전경. 강병기기자

워커힐호텔은 서울 광진구 광장동 아차산 일대에 땅 15만평을 소유하고 있다. 용도규제가 풀리면 땅값만 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

또 호텔측이 공사비 1500억원을 투입해 특급호텔인 W호텔(가칭)을 근처에 짓고 있다. 인수업체는 내년부터 영업에 들어갈 특급호텔도 확보할 수 있는 것. 서울시내에 특급호텔을 새로 지으려면 땅값을 포함해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 경우 비즈니스 고객은 W호텔로, 카지노 고객은 워커힐호텔로 양분해 유치할 수 있다. 또 파라다이스 카지노로부터 연간 150억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규제가 해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고, 카지노호텔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비즈니스호텔로 이미지 변신이 어렵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분리매각 논란에 휩싸인 대우종합기계=자산관리공사(KAMCO)와 산업은행이 각각 35%와 2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우종합기계의 인수전도 뜨겁다.

총 발행주식이 1억6000만주인 대우종합기계의 최근 주가는 7000원선. 자산관리공사 지분만 인수하더라도 약 4000억원의 인수비용이 필요하다. 올해 실적은 매출액 2조원, 영업이익 1600억원이 예상된다.

대우종합기계의 방위산업부문이 분사되면 나머지 건설중장비(굴착기)와 공작기계부문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팬택앤큐리텔 박병엽 부회장이 지난주 밝힌 상황. 올 초 통일중공업을 인수한 삼영도 방산부문 인수의사를 밝혔다.

변수는 외국계 투자펀드들. 만약 방산부문이 분사된다면 방산업체 인수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고 건설 중장비와 기계부문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굴착기 시장 전망이 좋기 때문. 방산부문에는 현대중공업도 관심을 갖고 있는 상태다.

▽업계의 판도를 바꿀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내년에 매물로 나올 대우건설 인수전도 결과에 따라 건설업계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대우건설의 작년 말 현재 부채비율은 180.3%며 경상이익이 1750억원.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는 대우건설의 지분(35.7%)을 사려면 최근 4000원대인 주가를 기준으로 25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삼성 LG 등 대형 건설업체들은 대우건설을 누가 인수해 가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어 누가 나서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중견 건설업체들과 외국계 투자펀드 등이 관심을 갖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세계 최대 건설사인 미국 벡텔사가 나선다는 소문도 있다.

시가 총액이 2조4000억원이 넘는 대우조선해양은 덩치가 너무 커서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 조선업에 관심이 있는 외국회사가 많지 않고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도 산업은행 지분(31%)을 인수하는 데만 7000억원 이상 필요하기 때문에 인수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한 업체라도 먼저 나서면 파급효과 때문에 경쟁사들이 따라갈 가능성도 있다.

▽중견기업 매물=자산관리공사는 백색가전업체인 대우일렉트로닉스도 내년에 매각할 예정.

올 상반기 경상이익이 660억원을 기록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틈새시장을 노린다면 상당기간 이익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수에 나설 회사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SK네트웍스가 갖고 있는 SK생명 지분(71.7%)도 매각할 예정. 메트라이프생명과 다른 외국계 생보사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SK생명의 회사규모가 삼성, 교보, 대한생명처럼 크지 않고 그렇다고 틈새시장을 노리는 소규모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여서 인수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이 단점.

자산관리공사는 대우인터내셔널도 교보생명 주식처리 문제가 결정되면 M&A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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