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리포트] 매출부진 발목...죽쓰는 기술주

  • 입력 2000년 10월 8일 19시 39분


미국증시에서 지난주는 기술주들의 하락세가 더욱 심화된 한 주였다. 다우지수는 주간기준으로 0.5%, 나스닥시장은 무려 8.5%나 폭락했다. 인텔사로부터 촉발된 기술주에 대한 실적 악화의 우려가 애플 컴퓨터사를 거쳐 델 컴퓨터에까지 이어지자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기술주들의 앞날에 대해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

최근 컴퓨터 관련 회사들의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기대만큼 PC수요가 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는 PC보급률이 상당 수준에 오르면서 추가적인 신상품이 출시되더라도 매출이 늘지 않는데다 최대 시장인 미국 시민들이 경제 성장세 둔화로 소비지출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얼마전까지 4·4분기에는 3·4분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대하며 주가 회복에 큰 희망을 걸었지만 현재는 최대한 몸을 사리는 양상이다. 나스닥 종합지수를 기준으로 기대했던 3,400선에서의 지지 기반이 무너지자 이제는 3,000선마저 붕괴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 월가는 아직 낙관론이 더 우세하다. 그 이유는 첫째, 지난주 발표된 고용동향에서도 나타났듯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중인 실업률로 대변될 수 있는 현재의 경기 상황이다.

즉, 아직까지 경제 성장세는 멈추지 않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임금 상승률도 예상치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완전고용 수준으로 실업률이 줄어들었지만 이러한 호황이 임금 상승을 촉발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불황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뒷받침될 경우 일반인들의 소비는 살아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하겠다.

한편 증시 내부적으로도 실적이 나쁜 주요 대기업의 발표는 대부분 마무리됐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주식시장은 폭락세를 추스르고 회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도 기술주들보다는 전통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기술주들의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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