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미국증시의 부진은 한국시장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 증시의 부진 원인을 찾아보면 99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경기 과열국면을 진정시키기 위한 통화 긴축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나스닥시장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들의 몰락에는 99년 하반기에 가속화된 닷컴기업의 열기에 편승해 고평가된 주가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나타난 후유증 탓도 컸다.
한편, 2001년 미국 증시에 대한 전망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측도 있지만 아직 낙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 대형 증권사들의 경제 전망이나 증시전망이 경기의 연착륙을 전제하고 있고 또한 2000년의 증시 부진이 거꾸로 2001년의 증시 활황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방준비이사회의 통화 정책이 긴축 기조에서 해제돼 완화로 방침을 바꾸었기 때문에 1·4분기부터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도 되살아나고 경제도 경착륙의 가능성이 낮아져 실적 악화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논지다. 이러한 희망적인 전망이 주류를 이루는 이유는 지난 10년간 실패없이 성장해온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 일변도의 전망속에서도 불안감을 표출하는 전문가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큰 불안감은 인플레이션 우려 없이 경기 확장이 가능하다는 ‘저물가 고성장’의 신경제(New Eco―nomy)에 대한 공감대가 무너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신경제론자들은 고전경제학에 따른 경기순환론을 뒤엎으며 경기 후퇴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IT(정보기술)산업을 포함한 현재 미국경제는 뚜렷하게 후퇴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신경제에 대한 허상이 드러남과 동시에 후퇴하는 경기가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즉 2000년 3·4분기 이후 기업 실적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주가 하락이 심화됐지만 지금까지의 하락으로 충분한 조정을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과열된 경기로 인해 연착륙에만 매달리며 금리 인하 및 경기 부양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이미 뚜렷하게 후퇴기에 접어든 현재의 경기 성장세 둔화는 2001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주식시장을 끌어내린 실적악화 문제는 2001년으로 넘어간다고 진정될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본격적으로 실적 악화가 진행돼 주가에 치명타를 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들 비관론자들의 주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10년간의 경기 활황세에 대한 후유증으로 경기 후퇴가 장기화될 가능성마저 있으며, 또한 예상하지 못한 IT산업의 버블 붕괴 과정에서 축적된 부실 자산에 대한 후유증은 지금까지 선제적 정책의 성공적인 결과에 도취된 미국 정책 당국자들의 정책 예측력을 떨어뜨려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었던 금리 인하 정책을 실행함에 있어 미국 달러화의 약세를 촉발하거나 국제 자본의 급격한 유출 등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이 돌출할 경우에 빚어질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비관론들의 주장은 아직 대세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나 증시가 재채기라도 할 참이면 심한 감기 몸살을 앓는 한국경제에서는 2001년 미국경제를 바라보는 데 있어 무시못할 변수들이다.
결론적으로는 2001년 미국 경제 및 증시를 바라보는 입장은 낙관론자들의 목소리가 높다고 할 것이다. 1·4분기부터 시작될 금리 인하의 효과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성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현재 잠시 수그러진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늦어도 2001년 하반기부터는 재가동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된 불안 요소를 함부로 다뤄서는 안될 것이다.(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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