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 때문에 금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그린스펀 연방준비이사회(FRB)의장의 영향력이 크다. 그는 의회에서 경기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면서도 경기 하락을 막기 위한 금리 인하는 언제든 준비가 돼 있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가지 단서를 단 것이 ‘물가가 불안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물가불안이라는 복병이 등장해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1월중 생산자 물가지수가 전월대비 무려 1.1%나 상승한 것. 지난 90년 이후 10년만의 최고치를 보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척도로 삼고 있는 핵심지수(Core Rate)의 경우에도 예상치인 0.1%를 크게 벗어나 0.7% 상승을 기록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의 경우 핵심지수를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담배와 자동차 가격을 감안한다면 크게 상승한 것은 아니라고 애써 자위하고 있지만 물가는 안정될 것으로 가정하고 금리 인하 및 세금 감면 등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심각한 걸림돌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FRB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기조절이 아니라 물가안정이다.
물가가 불안해지면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추진하기가 어려워진다. 당초 FRB의 계획대로라면 1월의 2차례에 걸친 금리인하에 이어 추가적인 금리 인하로 경기 하락의 속도를 억제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물가 불안이 촉발되면서 전면적인 계획수정이 불가피해 진 것.
물론 물가 불안이 1월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일시적인 움직임임이 밝혀진다면 계획대로 경제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물가불안 심리를 잡기 전까지는 미국 주식시장의 장래도 불투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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