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모리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이 한 발언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경제 회복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난 1월 초 금리 인하를 환영하는 발언 이후 경제에 대한 논평은 하지 않았던 부시 대통령이 지금까지 취했던 태도를 바꿔 미국 경제 회복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췄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선거운동기간과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경제 침체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물론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딕 체니 부통령 등 기타 인물들의 발언이 주종을 이뤘지만 이러한 발언들이 경제 위기감을 한층 고조시킨 측면이 많았다는 평이다. 이런 경제위기감을 부추긴데에는 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감세안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함이었다. 반면 그 기간동안 금리 인하의 권한을 쥐고 있는 그린스펀 연방준비이사회(FRB)의장은 반대로 경기 호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려 노력했다.
이런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동안 미국 실물 경제와 주식시장은 계속해서 곤두박질하고 말았다. 결국 그동안 대통령의 역할과 그린스펀 의장의 역할이 서로 뒤바뀐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즉, 그린스펀 의장의 경기 호전 발언은 오히려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주식시장의 악화를 불러왔고, 부시 행정부의 경제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발언은 감세안 지지라는 본래 목적 외에 소비 심리를 꽁꽁 얼리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다.
현재 미국 경제가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자신감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자신감이다. 또한 계속되는 기업들의 실적 경고가 중단되기 전에는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이에 대통령이 때늦은 자신감을 내비췄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기만 하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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