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 수개월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해 올들어 무려 50%의 하락을 기록하고 말았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가 12.6%, 나스닥지수가 33.7% 하락한 것에 비한다면 심각한 수준이다. 이날 기록한 6.75달러의 주가는 96년 뉴욕거래소 상장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기도 하다. 한 때 80달러에 육박하는 주가를 자랑하며 기술주 상승 행진을 진두지휘하던 루슨트의 과거 행적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루슨트사는 거대 공룡기업인 AT&T에서 1996년에 떨어져 나온 비교적 신생기업이지만 통신기술의 독보적인 벨 연구소의 든든한 뒷받침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해 미국 네트워크 장비업종의 대표기업으로 자리하게 된다. 구형 전화 설비에서부터 최신의 광통신 부품까지 광범위한 제품군을 자랑하던 루슨트사는 갈수록 증가하는 경쟁과 미국경제의 둔화에 따라 대폭적인 적자가 불가피해 졌고 이에 따라 지난 1월 대규모 감원과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확산된 풍문의 뿌리는 이미 작년말부터 제기됐다. 매출액을 과대 계상했다는 혐의가 포착되면서 미증권관리위원회(SEC)에서 분식회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벤쳐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따른 손실이 급증하고 기업 매출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분식회계 혐의가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대규모 부채와 교환키로 한 자회사 아게레(Agere)사의 기업 공개가 나스닥시장의 폭락에 따라 예상된 규모만큼 자금조달 역할을 해주지 못해 결정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한 상태다.
루슨트사에 대한 악성 루머가 과연 전혀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질지 월가의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기업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때 악재가 하나 추가된다면 현재 바닥을 헤메고 있는 뉴욕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맹영재(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myj@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