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포트] 美증시 회복 처방전 실적호전 외엔 없어

  • 입력 2001년 4월 8일 18시 56분


뉴욕증시의 앞날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주 사상 3번째의 폭등을 기록한 날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심리적 지지선인 나스닥지수의 1800선과 다우지수의 10,000선을 넘어서지 못해 약세장에 머물고 있다. 또한 경제 지표도 엇갈린 결과를 나타내고 있어 판단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 주초 발표된 NAPM제조업 경기지수는 예상을 뒤엎고 호전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주말에 발표된 고용지표는 실업률이 다시 높아지고 신규일자리는 근 10년만에 가장 크게 줄어든 기록을 보였다. 지난 주 주식시장을 끌어내린 요인으로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러나 일방적인 실적 악화가 나타나지 않고 PC생산업체인 델컴퓨터와 같은 업체는 실적 악화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주식시장은 연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고 말았다.

한편, 경제외적인 변수로 증시를 바라보는 분석가들은 정찰기 충돌에서 빚어진 중국과의 외교관계에서 그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중국의 정찰기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서 강력한 요구와 함께 중국에 대한 "실망"과 "걱정"을 하고 있다는 어휘를 사용하면서 주식시장에 위기감을 가져오며 폭락을 불러일으켰다는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기자회견을 가진 월요일부터 폭락에 나선 뉴욕증시는 목요일(현지시간) 부시대통령이 입장을 크게 누그러뜨리며 중국기 조종사에 대해 "유감스럽게(regret)"생각한다는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폭등을 보였기 때문에 중국변수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으로 해석된다.

한편, 루슨트로부터 불거진 기업 유동성 위기와 관련한 풍문은 결국 캘리포니아 전력회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어지고 주말엔 모토롤라에 대한 단기부채 문제가 불거지는 등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금주에는 지난 주말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고용동향으로 인해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3차례에 걸쳐 1.5%p의 금리 인하가 단행됐지만 경기의 회복을 아직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기 때문에 앞으로 5월 15일에 열릴 금리인하 조정회의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앞당겨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물론 지난 3월 20일 금리 인하 때에는 오히려 시장이 하락하는 등 금리 인하의 효과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돌릴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있다. 결국 금리 인하보다는 추가적으로 경기 회복을 확인할 수 있는 경제지표나 대표적인 기업의 실적호전 전망 발표가 근본적으로 시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처방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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