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디즈니사는 지난 4월 이후 미국 증시에서 소리소문 없이 크게 상승한 종목중의 하나였다. 그 절정을 이룬 것이 미국 현충일 연휴에 맞춰 개봉한 영화 ‘진주만’에 대한 흥행 기대를 한몸에 받을 때였다. 현충일 한 주 전인 5월 22일 올들어 가장 높은 주가인 35달러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주만의 개봉 이후 주가는 오히려 곤두박질 치면서 근 한달간 하락해 다시 30달러 밑으로 쳐박히고 말았다.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격언을 가져다 해석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기대만큼 흥행을 보이지 못한 ”진주만”의 흥행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결정적으로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개봉 첫주 흥행실적은 1위를 기록했지만 타이타닉을 능가하리라는 장담과는 달리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름 흥행 대작으로 손꼽히던 만화영화인 ‘아틀란티스’마저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집계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파라마운트사의 ‘툼 레이더’에 두배 이상의 차이로 1위 자리를 뺏기고 진주만도 5위권으로 밀려나면서 계속해서 주가의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드림웍스사의 만화영화인 ‘슈렉’과 비교해서 아틀란티스는 여름에 개봉되는 디즈니 만화영화 중 가장 낮은 흥행성적을 거뒀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런 부진속에 최근 경기 부진에 따른 감원 열풍이 디즈니사에도 예외가 적용되지 않아 대규모 감원설이 알려지면서 주가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최근 4000명의 일자리를 없애겠다고 발표를 하고 난 이후 만화영화 부분에서 25%의 인력 감축이 이뤄질 것이란 보도가 겹쳐 어려움에 처한 디즈니사의 처지를 반영하고 있다.
작년엔 또 다른 사업부문인 ABC 방송의 시청률 상승 덕으로 월가의 꾸준한 인기를 끌어온 디즈니사였지만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영화사업부분에서의 부진으로 인한 주가 하락을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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