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의 역사는 1790년대로 올라가지만 개장과 폐장을 알리는 종이 도입된 것은 1870년대부터이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종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03년부터인데 처음에는 지름 61㎝의 대형 종을 사용하였으나, 종이 낡고 그 소리가 너무나도 커 1980년대 후반부터는 지름을 45㎝로 줄여 거래소의 네 곳에서 동시에 울리고 있다.
매일 아침과 오후에 있는 종울리기 행사에서 누가 종을 울리는지도 월가의 관심사다. 많은 경우 신규 상장된 기업이나 기존의 상장 기업 관계자들에게 그 영광이 돌아간다. 해당 기업들은 인터넷사이트 등에서 이를 톱 뉴스로 다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행사에 초대되는 인물은 정말로 다양하다.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클로스가 초대되고 독립기념일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샘 아저씨’가 등장하기도 한다. 코트로 다시 돌아온 마이클 조던과 뉴욕마라톤 우승자도 이 행사의 주인공이었다.
2월 동계올림픽이 열렸을 때는 유타주의 상장기업들과 올림픽 관련 기업들의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솔트레이크시티 현지에서 시작종을 울렸다.
지난해 9·11테러로 나흘간 휴장한 이후 9월17일 다시 열린 주식시장에서는 뉴욕시장과 국방부장관, 그리고 뉴욕시 소방관들이 함께 모여 거래의 시작을 알리는 종을 울리며 테러의 충격 앞에 미국인들이 단결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9·11테러 6개월을 맞은 3월 11일에는 개장 직전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이 때 묵념의 시작을 알린 것도 바로 이 종소리였다.
이와 같이 미국 증권거래소의 종소리는 주식거래의 시작과 종료를 알리는 소리일 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과 함께하면서 자본주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역사의 종소리인 셈이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김남태 과장 ntkim@usa.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