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태의 월가리포트]추가 테러설은 호재?

  • 입력 2002년 5월 23일 17시 11분


세계 금융의 중심지 맨해튼은 3개의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 면은 바다와 인접한 섬이다.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남쪽 끝자락에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바다와 조금 떨어진 조그마한 섬에 자유의 여신상이 100년 남짓한 세월 동안 미국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무역센터가 테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그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다로부터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지리적인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의 여신상 또한 세계무역센터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때문일까? 이 자유의 여신상이 최근 미국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테러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이 지난 일요일 새로운 테러가 있을 수 있음을 경고한 이후,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자유의 여신상과 맨해튼 동남쪽의 브루클린 다리를 테러 피해 후보지로 지적하고 나섰다.

사실 최근 미 행정부가 추가 테러의 가능성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없지는 않다. 이미 지난 9·11테러 이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항공기 테러의 가능성을 보고 받고도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누그러뜨리려는 저의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추가 테러설의 신빙성과 관계없이 새로운 테러의 ‘가능성’만으로도 이미 미국 주식시장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다음주 월요일(5월27일)이 미국 증시의 휴장일이라는 점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주식을 매수한다는 것은 투자자의 밤잠을 설치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시장은 지난주 후반 다소 실망스러운 경제지표들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하락하지는 않았었다. 그렇지만 이것이 오히려 이번 주 초 시장 하락을 더 크게 만든 요인이 됐다.

테러의 위협과 연휴가 이번 주 주식시장의 반등을 가로막았다면 테러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시점에는 더 큰 반등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증시라는 생명체는 자기의 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남태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ntkim@usa.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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