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는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의 투자자 오도사건까지 불거져 수년간 활황장세에서 재미를 누렸던 애널리스트들이 수세에 몰렸다. 뉴욕주 검찰은 이 사건을 10개월 이상 물고 늘어져 1억달러의 합의금과 사과문을 받아냈다. 뉴욕 검찰은 다른 주는 물론 미 연방 검찰에도 없는 특별한 무기를 갖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자를 속인 ‘범죄의도’를 밝히지 않고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았다는 점만 부각시켜도 처벌할 수 있는 ‘마틴법’이다.
증권회사들이 더 두려워하는 대상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다. 메릴린치가 검찰과 합의를 서두르자 ‘SEC 조사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왔다. 준 사법기관인 SEC는 10개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이 주가를 띄우기 위해 리서치 리포트로 장난을 친 사례에 대해 작년부터 자료수집을 해왔다. 그 중 5개사에 대해 정식조사로 전환했다는 발표가 나온 것은 지난달 31일이다. SEC가 최근 15년간 정식조사한 경우가 21건에 불과한 것을 보면 이번 사건이 얼마나 중요하게 취급되는지 알 수 있다.
문제의 애널리스트들이 작전대상으로 삼았던 주식은 대부분 인터넷 관련주들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정보통신 관련 펀드매니저 폴 위크는 1998년 34%, 1999년 74%의 수익률을 거뒀다. 수많은 기술주 펀드들의 성적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작년 좋지 않은 시장상황에서도 누구보다 높은 3.6%의 수익률을 올렸고 10년간 연평균 18.6%의 탁월한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CNBC TV가 ‘최고의 10년 기술펀드 매니저’라면서 소개한 위크씨의 투자기법은 간단하다. “컨셉트 주식을 피하고 ‘내일(지금은 좋지 않은 기업이지만 미래엔 좋아질 것이란 의미)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 시장이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 그의 5월말까지 수익률은 -1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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