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4월, 3건의 대규모 딜이 발표됐다. 씨티코프와 트래블러스는 합병해서 현재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을 만들게 됐다. 뱅크원은 퍼스트시카고NBD를 인수했다. BOA는 네이션스뱅크와 결합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웰스파고와 노르웨스트가 결합에 합의했다.
요즘 월가는 5년 전 그랬듯이 은행들의 혼담이 끊이질 않는다. 앞으로 6∼9개월 안에 여러 은행의 굵직한 거래가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미노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수의 주체로는 △씨티그룹 △와코비아 △뱅크원 △웰스파고 등이 꼽힌다. 인수 대상으로는 △키포프 △내셔널시티 △코메리카 △선트러스트 △PNC파이낸셔널 △US뱅코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실 이들 인수대상 후보은행은 몇 년째 같은 소문을 듣고 있다. 경영실적이 목표에 미달했던 탓이다. 최근 이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인수 루머가 강하게 나돈 때문.
이런 가운데 월가의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주의경보를 전하고 있다. 첫째는 은행 짝짓기가 증시를 종전처럼 띄워주지는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1998년엔 은행 대형화 열풍이 불 때 많은 은행들의 주가가 주당수익의 18배 수준까지 올랐다. 즉 주가수익비율(PER)이 18배 수준이었다. 그러나 요즘 은행들의 PER는 12∼13배 수준이어서 14배로 오를 수는 있겠지만 18배까지 올라가기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또 BOA가 플리트 주식을 주당 약 45.46달러로 평가해 43%의 프리미엄을 붙인 셈이지만 다른 은행들이 이만한 프리미엄을 부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월가의 판단이다. BOA가 이만큼 돈을 내기로 한 것은 씨티그룹이나 와코비아가 플리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둘째는 루머에 오르내리는 인수대상 은행들이 모두 인수되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루머 덕분에 은행 주변에서 인수합병에 대해 더 많은 검토를 하겠지만 이미 많은 결합이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인수합병이 잇따를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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