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중요한 통계가 발표되는 날은 마치 수험생이 성적표를 기다리듯이 조심스럽게 거래를 한다. 24일 오전에도 시장은 그렇게 조심스러운 행보를 했다. 소비자신뢰지수가 나오는 날이기 때문.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 이 지수는 5000가구를 대상으로 하며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와 미래 상황에 대한 기대치로 구성돼 있다. 미래를 60%, 현재를 40%로 섞어서 종합지수를 내놓는다. 이 지수가 약간씩 변하는 것은 무시하며 보통 5 이상의 변화는 중요하게 취급한다.
이달 소비자신뢰지수는 작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는데 1월 96.4에서 87.3으로 9.1포인트나 하락했다. 게다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92에 훨씬 미달했다. 이런 수치라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하락의 이유로 고용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을 꼽고 있다. ‘고용 없는 회복’이 여전히 미국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새로운 악재’는 아니다.
시장에선 최근 1년 만에 5일 연속 약세장이 나타난 데 대해 ‘매수세와 매도세의 힘겨루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세력이 모두 향후 대세에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팔 시점을 잡으려던 매도세는 이날 소비자신뢰지수를 빌미로 이익실현 매물을 쏟아냈다. 투매는 아니었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나 나스닥종합지수의 지지선이 한때 무너졌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매수세력들이 이 매물을 받아갔다. 지난 2개월간 뮤추얼펀드에 유입된 자금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양측의 힘겨루기가 시장을 한동안 출렁거리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권희 뉴욕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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