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되살아난다고 하는데 컴퓨터 엔지니어는 여전히 혹한에 산다. 컴퓨터 전문 인력의 실업률은 작년 5.2%였다. 이 통계를 집계한 2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은 2% 남짓했었다. 전기 엔지니어 실업률도 작년 6.2%로 역시 20년 내 최고치였다. 숙련도와 관계없이 전국 실업률 평균치가 2000년 4%에서 작년 6%로 높아진 것과 비교해보면 이 분야의 고용사정이 실감난다.
컴퓨터 분야 일자리의 해외유출을 포함한 고용의 더딘 회복문제가 늘 증시를 짓눌리게 하고 있다. 증시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볼 것만이 아니다”는 반론도 나온다. 고용창출은 경기회복에 이어 나타나기 마련이며 경기후퇴 때 해고한 인력을 재고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동안 생산성이 높아져 기업이익이 커지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뉴욕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9일엔 나스닥종합지수 2,000선이 붕괴됐다. 올해 상승분을 다 까먹어 올 최저치까지 내려갔다. 때마침 2000년 3월 10일 나스닥지수가 5,048.62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뒤 만 4년째인 날이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루슨트 테크놀로지, 퀘스트,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은 주가가 9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심리적 지지선인 나스닥지수 2,000선이 깨지자 투자자들은 초조한 기색을 보이기도 한다. ‘조정이냐, 약세장이냐’의 대세를 보는 눈도 엇갈린다. 낙관적으로 보는 CNN 머니의 칼럼니스트 마이클 시비의 경우 다우지수가 20% 이상 떨어진 침체기 이후에 나타난 회복장은 2년 이상 지속되는 게 보통이라고 주장한다. 회복장에서는 블루칩 주가는 두 배가 되며 기술주는 이보다 더 오른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상승장은 절반에도 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그는 해석한다. 한 전문가는 “나스닥 시장이 한두 달 조정양상을 거칠 것”이라면서 대세 상승론을 유지하는 반면 또 다른 분석가는 “고점과 저점이 함께 낮아지는 전형적인 약세장”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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