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주] 개인들, 제약주로 말갈아 타나

  • 입력 2000년 9월 5일 15시 42분


거래소 종합주가가 670선으로 주저앉는 약세에도 불구하고 제약주들이 이번주들어 5∼6개의 상한가 종목을 배출시키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정부의 에너지가격체계 전환 정책에 따라 지난주말까지 급등세를 보였던 도시가스(LNG) 관련주들은 대부분 약세나 약보합세로 돌아서 개인투자가들이 에너지가스주에서 제약주로 매기를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거래소시장에서 근화제약을 비롯해 대원제약, 제일약품, 한올제약, 그리고 관리종목인 삼성제약 등이 14% 이상 급등세를 보인 가운데 상한가를 기록했다. 또 환인제약과 삼일제약 등도 2% 이상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증시전문가들은 제약주의 강세에 대해 ▲ 미국 바이오 관련주들의 강세 지속 영향 ▲ 의약분업 관련 불투명성이 완화되고 있는 한편 ▲ 유통주식수가 적고 ▲ 기관과 외국인 매도물량을 벗어난 중소형주에 대한 개인들의 매기 이동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의 박준성 선임연구원은 “주가 하락 속에서 개별 중소형주 중심의 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제한적인 유동성이 제약주에 몰리고 있는 듯하다”면서 “특히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바이오테크의 강세 영향과 함께 이들 종목들의 경우 주식이 적은 것이 강세 이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원경제연구소의 김지현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는 “종합주가나 대형주가 약세를 보이는 장에서 제약주 등의 중소형 종목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관행적”이라면서 “특히 미국 나스닥과의 동조화를 파괴했던 의약분업 관련 불투명성이 의료계의 3차 폐업에도 불구하고 동네 의원들의 복귀 등으로 줄어들면서 개인들의 매기가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소형 제약주의 경우 대부분 자본금이 적고 대주주 위주의 지분구성이 돼 있어 유통주식수가 적다”면서 “특히 약세장에서 기관과 외국인들의 매도영역에서 제외돼 있는 중소형주에 개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개인들의 중소형주 중심의 빠른 매기 이동

증시 관계자들은 지난주 중반 이후 상한가를 잇달아 기록했던 도시가스 관련주들이 이날 대체로 보합세나 약세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제약주로 이동하면서 중소형주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들 중소형주들이 대체로 1만∼2만5,000원선이어서 여느주보다 개인들이 종목별 이동을 순발력있게 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중소형주 중심으로 투자하되 분위기 편승이 강하고 약세장에서 단기 이동성향이 강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들의 제약주에 대한 매기 역시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주 중반 이후 대거 상한가 행진을 보였던 대한가스, 극동가스, 서울가스, 경동가스, 삼천리 등 가스관련주들이 이날 대체로 100∼300원 가량 하락하며 이미 약세전환했고, 부산가스나 대구가스 등도 100∼200원 가량 올랐으나 이미 상승여력은 없어 보인다.

이런 점은 오전중에 5∼10% 강세를 보였던 녹십자나 환인제약, 삼익제약 등이 오후장들어 이미 차익실현 등으로 상승폭이 줄거나 하락세로 보였다는 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개인들이 차익실현에 재빠르게 적응하고 있거나 아니면 개인들이 일부 세력의 매집영향을 받고 뒤늦게 편승했다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더구나 제약주의 경우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바이오가 지수대비 50% 이상의 급등세를 보이면서 국내와 동조화되는 경향을 다시 찾아가고 있는 분석은 우리의 제약업계의 현실을 고려하면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한양증권의 김희성 애널리스트는 “미국 바이오주는 지난 4월 급락 이후 거품이 제거되면서 신약개발과 전략적 제휴 등으로 수익모델이 확보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국내 바이오주들은 아직 펀더멘털이 보강되지 않아 단기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결국 동조화이 사슬이 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신약테마와 관련해 국내엣는 올해 1개사 정도가 예상되고 수익을 내는 회사도 적다면서 “중소형주 재료를 무기로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나 아직 업종 전체적인 여건이 좋지 못하고 대부분 세력주들이 제자리로 회귀하는 경향이 큰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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