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만났던 은행장들과는 달리 조흥은행 위성복(魏聖復)행장은 다소 시니컬하게 입을 뗐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서를 정부가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독자생존이냐, 금융지주회사 편입이냐가 결정될 운명이기 때문.
그러나 한 번 말문이 트이자 백지에 그림을 그려가며 거침없이 생존전략을 설명해 나갔다.
-부실기업 퇴출이 현안입니다.
신용위험평가위원회의 작업이 남아 있지만 우리 조흥은행에서는 기사 안나옵니다. 기대 걸지 마세요. 평가대상기업은 90개 정도 되지만 퇴출시킬 기업이 거의 없을 겁니다.
-항간에는 조흥이 주채권은행인 S사, 또다른 S사가 문제라는 말들이 나돕니다.
첫번째 S에 대해서는 부실채권을 미리 팔아버렸습니다. 두 번째 S는 그동안 자구계획을 통해 고질을 많이 치유했습니다. 외부 전문가들이 어떻게 결론을 내릴 지 모르지만 특별히 퇴출을 결정해야 할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실 판정기준이 너무 헐렁한 게 아닙니까.
금융감독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자체적으로 7개의 세부기준을 만들어 타이트하게 적용할 겁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책상위에 큼지막한 컴퓨터 모니터가 눈에 띄었다. 주가 모니터였다.
-주가에 관심이 많으시죠?
경영성과를 집약한 수치니까요.
-오늘(11일)은 오르지 못했네요.
그래도 주택 국민 등에 이어 주가순위 6위입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만큼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해준다는 거죠. 무수익자산(NPL) 비율이 높다는 것 빼고는 재무상태가 다른 우량은행에 뒤지지 않아요.
조흥은행은 6월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0.27%로 우량은행 수준. 상반기 52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단지 NPL비율이 15%대로 높은 편.
-경영개선계획서에 뭘 담았습니까?
독자생존한다는 원칙아래 2001년 말까지 BIS비율을 12%대로 끌어올리고 NPL비율은 2%대로 낮출 방안을 밝혔습니다. 다음주 중 미국 서버러스펀드에 1조3000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팔고 2조3000억원 가량의 대우 부실채권은 기업구조조정회사(CRV)에 매각한다는 것 등입니다.
-그렇다면 조흥은행은 합병 후보에서 제외해야 되는 건지.
독자생존의 길을 걷다 2002년 이후에는 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업종간 통합을 시도할 계획입니다. 금융지주회사도 단순히 은행간 결합체에 머물러서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고객이 한 번 들르면 모든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가 가능해야 합니다.
-만약 경평위가 노 한다면….
지주회사에 들어가 융화될 수밖에 없지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믿습니다.
위행장은 하지만 여자의 마음이 갈대와 같다지만 경영자도 그렇다 며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할 준비는 돼있다 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