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 김주형사장(54)은 “작년에 주가가 종합지수 하락률보다 더 떨어진 원인은 회사 자체에 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과도한 투자가 득(得)보다는 실(失)이 되어 부메랑처럼 되돌아온게 주 요인이었던 셈이다.
제일제당은 작년에 6400억원을 투자했다. 식품과 음료 위주의 영업기반을 성장성 있는 부문으로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투자는 차입금의 증가를 불러왔다. 순차입금이 99년말 8586억원에서 작년말 1조222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표 참조>
결산 | 매출액 | 영업이익 | 경상이익 | 순이익 | PER | 순차입금 | 부채비율 |
99.12 | 22,068(-5.4) | 1,718(7.3) | 1,685(63.0) | 1,193(12.6) | 9.6 | 8,586 | 99.1 |
00.12 | 21,697(-1.7) | 1,466(-14.7) | 883(-47.6) | 585(-50.9) | 19.6 | 12,221 | 129.9 |
01.12 | 22,010(1.4) | 1,920(31.0) | 1,790(102.7) | 1,260(115.4) | 9.1 | 11,610 | 113.6 |
12.12 | 23,420(6.4) | 2,120(10.4) | 1,710(-4.5) | 1,200(-4.8) | 9.5 | 11,105 | 104.3 |
성장성을 위한 투자도 작년 1년을 떼어놓고 보면 ‘실패’라고 증권업계에서는 평가한다. 제일투자신탁증권 480억원, 드림라인 277억원의 손실이 모회사인 제일제당에 고스란히 부담이 됐다. 더구나 작년 4·4분기(10∼12월)에는 환율과 원재료가격 상승이 겹쳤다.
김사장은 “올해는 차입금을 1조원 이내로 줄이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보유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3월안에 모두 처분하기로 하고 차근차근 팔고 있다. “너무 싸게 파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사장은 “차입금 상환이 우선이다”라고 대답했다.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 아닌데도 제일제당이 차입금 축소에 집착하는 것은 시장에 분명한 구조조정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김사장은 “회사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등 무수익자산을 처분한다는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음료부문을 롯데측에 매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원증권 황찬 수석연구원은 “음료부문은 적자가 나고 있어 매각이 기업가치에 큰 보탬이 되지는 않겠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고 지적했다.
강사장은 “다른 사업부문 매각계획은 아직 없다”면서도 “화장품부문은 ‘값을 후하게 쳐준다면’ 매각을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평가손을 크게 입은 드림라인의 경우 계속 끌고가지만 시장상황을 봐서 구조조정할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제일제당은 올해 투자를 크게 축소한다. 투자규모도 1605억원에 그치고 그나마 신규투자는 바이오벤처 30억원에 불과하다. 강사장은 “올해 이후에도 투자는 회사의 핵심사업인 식품과 바이오부문에 국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올해는 작년과는 반대로 자회사가 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투신증권이 이익을 내고 드림라인도 연말쯤에는 흑자전환을 예상했다. 유럽 ‘광우병파동’의 반사이익으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PT.CSI)이 올 한해만 7000만달러이상 추가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식자재업체인 CJ푸드시스템 등 자회사가 올 하반기부터 코스닥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희망적인 요소로 꼽힌다. 김사장은 “비등록 자회사들은 경쟁력과 성장성을 갖춰 주가가 제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사장은 “시장이 제일제당의 구조조정 의지를 인정해준다면 주가가 6만원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백운목과장은 “아직은 차입금과 계열사에 대한 부담이 커 주가가 5만원을 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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