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투자자에게]로커스홀딩스 박병무 사장 "한국판 월트디즈니 기대하세요"

  • 입력 2001년 3월 18일 18시 31분


작년 8월 코스닥시장 대장주인 로커스 김형순 사장은 코스닥등록기업인 코아텍시스템을 인수해 엔터테인먼트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수많은 인수개발(A&D) 기업들이 인터넷 및 정보통신업종으로의 변신을 표방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6개월여가 지난 지금 대부분의 A&D 기업들이 적자투성이인 벤처기업을 인수해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로커스홀딩스는 국내 굴지의 영화 및 음반제작사인 싸이더스와 시네마서비스를 인수한 후 확고한 ‘엔터테인먼트 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박병무(朴炳武·39) 사장은 “지주회사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적자상태인 회사를 인수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 회사는 자회사 자금지원과 내부자금 충당을 위해 유상증자를 준비중이다.

▽지주회사로의 변신〓코아텍은 전자파 차단용 부품을 생산해 가전업체에 납품하는 곳. 로커스는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이 용이하다는 점을 활용하기 위해 이 회사를 인수해 지주회사로 만들었다. 지금도 코아텍은 로커스홀딩스의 한 사업부문으로 남아있으며 작년에는 매출액 171억원, 당기순이익 3억원을 기록했다.

이 사업부문에서 발생한 현금으로 로커스홀딩스의 운영경비를 모두 충당하고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관련기업 인수에 나섰다. 다른 A&D 기업과 마찬가지로 현금이 아닌 주식맞교환방식을 이용했다.

하지만 원칙이 크게 달랐다. 작년말 인수한 싸이더스는 인기그룹 god와 차태현 등이 소속돼있으며 매출액 308억원에 순이익 8억원을 냈다. 시네마서비스 역시 ‘투캅스’로 유명한 강우석 감독이 대표로 있는 대형영화제작사로 흑자기업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AOL―타임워너 합병처럼 대기업이 한단계 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뭉치는 작업으로 해석되고 있다.

▼로커스홀딩스 추정 재무지표▼(단위 : 백만원)

구분2000년2001년2002년
매출액17,05419,92320,605
영업이익204-549-556
영업외이익1055,69610,325
순이익2754,8699,601
* 주 : 영업외이익에는 자회사에 대한 지분법 평가익을 반영한 것.

▽엔터테인먼트 도서관 구축〓박병무 사장은 “지주회사는 시장상황에 맞게 자회사의 사업구조재편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로커스홀딩스도 단순 투자와 재무지원 차원을 넘어 자회사간 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해 공동경영전략을 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영화 음반이 주력사업이지만 앞으로는 미국의 월트디즈니사와 같이 하나의 작품을 영화―음반―애니메이션―게임으로 결합하는 마케팅전략을 준비중이다.

박 사장은 국제시장 진출을 자신하고 있다. “얼마전 홍콩영화인 와호장룡(臥虎藏龍·주윤발 양자경 주연)이 놀랍게도 미국과 유럽에서 2개월연속 박스오피스(Box Office) 10위권 진입이라는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웠습니다. 싸이더스가 5월개봉을 목표로 제작한 무협액션물 ‘무사’도 국제무대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애널리스트는 평가유보〓삼성증권 강성빈 연구원은 “국내에서 아직 지주회사로 성공한 사례가 없어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과거에는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영세한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는데 로커스홀딩스가 체계적인 기업방식으로 바꿨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LG증권 정종혁 연구원은 “자회사간 시너지효과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문제는 국내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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