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투자자에게]한형석 마니커 사장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14분


닭고기 생산이 정보기술보다 성장성이 높을까. 닭고기 생산업체 마니커의 한형석 사장(53)은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한다.

“해마다 국내 닭고기 소비량이 10% 이상 늘고 있습니다. 수출까지 고려하면 2005년까지 해마다 40% 남짓 매출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의 ‘닭 자랑’은 성장성과 안정성을 함께 갖춘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식품산업인 덕분에 정보기술처럼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사장은 그동안 주가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주가가 떨어지면 내가 싼값에 살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생각이 바뀌었다. 주가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억울해진 까닭이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마니커는 이 달 중순 거래소로 옮겨 상장된다.

한 사장은 “회사와 업종을 인정받고 싶은데 아무래도 코스닥보다는 거래소가 나을 것 같다”며 거래소 이전의 이유를 설명했다.

거래소 이전으로 회사의 ‘무늬’만 바꾸는 것은 아니다. 2004년까지 284억원을 설비투자에 쏟을 작정이다. 이를 통해 올해 1450억원 남짓인 매출액을 2005년 300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한양대 공대를 졸업한 한 사장은 건축가 출신으로 85년 마니커를 설립했다. 그는 “닭보다 유망한 분야가 없는데 건축을 계속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 사장은 “한국의 닭고기 소비는 아직 미국 등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이라며 “식생활이 서구식으로 바뀌고 있어 닭고기 소비가 계속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국이 자급할 수 있는 유일한 육류가 닭고기”라면서 “1㎏의 살이 찌려면 돼지는 3㎏을 먹어야 하지만 닭은 1.8㎏만 먹으면 되고 가축 폐수도 적어 한국에 알맞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한국의 닭고기 생산 경쟁력 중 하나로 위치를 꼽았다. 그는 “일본이라는 거대 시장에 얼리지 않고 닭고기를 수출할 나라는 이웃인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니커는 2001년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에 닭고기 수출을 시작했다. 주로 ‘천연 DHA 닭고기’를 수출한다. 이는 지능 발달에 좋은 DHA 사료를 먹은 닭이다.

그는 “닭고기도 사료나 가공에 따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맛은 다른 부위에 비해 없지만 단백질이 많은 가슴살을 맛있게 가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의 닭고기 업체들이 감소해 수출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 한 사장은 “이제 겨우 수출을 시작했지만 곧 일본 시장의 절반을 한국 기업이 차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 사장은 요즘 ‘타도 돼지’를 외치고 있다. 한국의 육류 소비 가운데 1등인 돼지고기를 꺾을 수 있다는 기대다. 이미 2001년 닭고기 소비가 쇠고기 소비를 넘어섰다.

그는 “공장이 용인 등 수도권에 있어 수도권에 신선한 고기를 공급할 수 있다”며 “닭고기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기업가치와 주가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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