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최근 “신용금고가 100만∼500만원을 빌려준 소액대출이 모두 1조5000억원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신용금고가 살아난 것은 제도권과 비제도권 사이의 틈새시장을 노린 영업전략이 먹혀들어간 덕분이다.
현대스위스금고는 지난해 6월 연 48∼60%대 금리의 ‘체인지 론’을 선보였다. 신용불량자만 아니라면 사금융업체에서 ‘돈을 빌린 뒤 3개월 이상 연체하지 않았다’는 증명서만 받아오면 대출받을 수 있다. A&O 인터내셔널, 프로그레스 등 일본계 대금업체가 연 100% 이자를 받으며 장악한 ‘공개된 사채(私債)시장’을 파고들기 위한 전략이었다. 현대스위스금고측은 “올 1월초 현재 약 13만명이 2600억원 가량을 빌려간 상태”라고 말했다.
푸른금고는 대전 충은금고, 영풍금고와 100만원씩 모아 사채이용자에게 300만원을 대출해 주는 ‘뚝딱대출’ 상품을 팔고 있다.
한솔금고도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과 똑같은 ‘스마트 론’을 내놓아 1000억원에 육박하는 대출실적을 냈다. 대출전용카드를 이용하게 되고, 매달 원리금을 갚는 방식이 아니어서 정해진 이자만 내면 200만원 한도로 언제까지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눈에 띈다. 적용금리는 연 13.5∼24%.
한신금고는 다이아몬드 금 등 귀금속을 담보로 대출하는 ‘골드 론’을 선보였다. 한신금고측은 “한때 경제활동은 왕성하게 했지만 현재 신용이 안좋아 정상 대출이 안되는 고객들이 연 13%대로 거액을 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신금고는 앞으로 20대 중반을 겨냥해 ‘애착있는 물건이어서 반드시 대출금을 갚은 뒤 찾아갈’ 고가의 액세서리를 담보로 하는 상품을 개발중이다.
제일금고는 연 13% 금리로 전세자금의 50%까지를 빌려주는 상품을 선보였다. 전세자금 대출 때 집주인이 ‘세입자가 금고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할 때는 어차피 전세기간이 끝나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전세금을 금고에 주겠다’는 동의서만 제출하면 된다. 제일금고측은 “다른 전세자금 대출 때는 보증보험에 들어야하는데 그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정연 신용금고연합회 과장은 “금고업계가 치열한 대출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저하게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있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고업계의 괄목할만한 성장에는 금융감독원의 정책적 지원도 한몫했다. 금감원은 사채시장이 요동치자 “신용금고가 소액을 신용대출하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산정 때 이를 감안하겠다”고 밝혀 금고업계가 소액대출이 필요한 사람에게 문을 활짝 열도록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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