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플라자]현장에서/은행-보험사 경쟁 고객만족 계기되길

금융 소비자는 물론 은행과 보험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결정 하나가 다음달 내려질 예정이다. 2단계 방카쉬랑스(은행의 보험 판매) 실시 시기가 그것이다.

정부가 밝힌 당초 방침대로 2단계 방카쉬랑스가 내년 4월 시작되면 은행들은 종신보험 같은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을 팔 수 있다. 수수료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은행들은 확실한 수입원 하나를 더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실시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은행이 종신보험 등을 팔면 보험설계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보험산업이 크게 위축된다는 것. 은행원들이 보험 상품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팔면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1단계 방카쉬랑스의 운영 실태를 분석하고 있다.

보험인 일부는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보험 업계가 그동안 안이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설계사들의 전문성을 키우고 고객의 믿음을 더 얻었더라면 방카쉬랑스의 영향이 적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간부는 “만기가 길고 내용이 복잡한 종신보험 등은 보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가입해야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심었어야 했다”고 탄식했다.

실제로 보험은 개인의 평생 자산운용에 있어 기초가 되는 금융 상품이다. 보험으로 다양한 위험에 대비한 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예금과 펀드 등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만드는 것이 자산운용의 정석이다.

최근 일부 보험사가 설계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힘쓰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능력을 갖춘 보험설계사가 특정 보험사에 속하지 않고 ‘독립 판매인’으로 자립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정부도 보험설계사가 은행원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격을 갖춘 보험설계사에게 펀드 상품도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방카쉬랑스를 둘러싼 은행과 보험업계의 갈등은 보험설계사의 질을 높이고 보험 소비자가 더 좋은 서비스를 받는 계기가 돼야 한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