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공중에 떠다닌다. 일정한 자산에 붙박여 있지 않고 투기적 이익을 얻기 위해 이 시장 저 시장을 기웃거리는 것.
금이나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연계된 펀드가 인기를 끄는가 하면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또는 BBB등급 회사채를 단기 매매하는 전문 투자자까지 생겼다.
개인투자자는 “종전보다 돈 굴리기가 어렵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투자 상품이 생소한데다 돈을 넣고 빼는 시기를 종잡을 수 없기 때문.
4년 전만 해도 달랐다. 부동자금이 눈독 들인 시장은 주식과 부동산이었다.
인터넷 열풍이 불면서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 수십만 원에 거래됐다. 주가가 떨어지자 이번엔 아파트 가격이 요동쳤다. 서울 강남 아파트는 하루에도 수천만 원이 오르거나 내렸다.
불과 4년 만에 부동자금의 성격이 바뀐 것일까. 아니다. 단지 돈 될 것처럼 보이는 시장이 달라졌을 뿐이다.
“4년 전엔 뭉칫돈을 들고 와서 인터넷 주식을 매입해 달라는 ‘큰손’이 많았어요. 지금은 이 사람들이 BBB채권 사달라고 합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증권사 지점장의 말이다.
인터넷 주식이 뜬다니까 기업 재무상태도 살피지 않고 인터넷주를 샀던 ‘묻지마 투자자’가 지금은 투기등급 직전 단계인 회사채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
이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고수익 상품 투자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하는 위험 분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투기꾼은 무늬만 인터넷인 주식을 산 뒤 주가가 폭락할 때에야 자신이 주주로 있는 기업이 자본잠식 상태라는 사실을 알기도 했다.
지금 부동자금을 가진 투자자가 똑같은 우(愚)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닐까.
2001, 2002년 아파트 가격이 출렁거렸을 때를 돌이켜 보자. 입지와 개발계획을 꼼꼼히 따져 투자한 사람만 돈을 벌었다.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한 덕분이다.
‘선(先) 분석, 후(後) 투자’라는 기본을 지켜야 기대하는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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