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플라자/현장에서]금융사고, 언제까지 직원 탓만…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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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올해 2분기(4∼6월) 실적을 잇달아 내놓았다.

리딩뱅크(선도은행)를 자처하는 국민은행은 2분기 5696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1분기(1∼3월)까지 포함한 상반기 순이익은 9099억 원으로 ‘1조 원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국내 최고(最古) 은행이면서 신한은행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는 조흥은행도 깜짝 놀랄 실적을 발표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55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5.6% 늘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2652억 원)보다도 많다.

자금 흐름의 ‘허브’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들의 실적 개선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통계도 한번 살펴보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금융사고 금액은 265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급증했다.

이 가운데 횡령 및 유용은 1744억 원으로 전체의 65.6%를 차지했다. 100억 원 이상의 대형 금융사고는 작년 한 해 3건이었지만 올해는 벌써 5건에 이른다.

지난달 국민은행과 조흥은행에서는 직원들이 850억 원대에 이르는 양도성예금증서(CD)를 위조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재빠르게 사채시장에서 CD를 현금으로 바꾼 뒤 유유히 사라졌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투자자의 돈을 굴리는 한 자산운용사 직원은 28억 원의 회사돈을 들고 잠적했다.

사고가 발생한 은행의 한 임원은 “많은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마당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은행의 임원은 “아무리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해도 작정하고 돈을 빼돌린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사고는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해이’ 문제로 치부할 성격이 아니다. 이는 명백한 범죄에 해당된다.

화려한 실적을 자랑하는 국내 은행들이 왜 ‘선진 금융회사’로 평가받지 못하는지 이번 기회에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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