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은 삼성 교보에 이어 국내 3대 생명보험사임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의 잘못된 경영과 부도덕성 때문에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수모를 겪었다. 정부는 대한생명의 국내외매각을 추진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해 책임준비금 부족분 3조5000억원 중 2조원을 투입하고 작년 11월 경영진을 교체했다.
이때부터 부실계열사 정리, 임직원 구조조정, 실적미달 영업소 및 생활설계사 정리 등의 뼈를 깎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최 전회장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 21개까지 늘었던 계열사는 보험영업에 꼭 필요한 63시티와 신동아화재 등 2개사만 남기고 나머지는 통폐합 또는 매각했으며 회생가능성이 없는 5개사는 청산했다. 현재는 신동아건설 등 4개사의 매각이 진행중이다. 또 수익성이 없는 골프 및 콘도회원권 서화류(총 372억원) 등을 팔고 있다.
임원은 42명에서 17명으로 줄였다. 직원은 548명, 설계사는 1575명, 영업소는 40개를 감축했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성과로 4월부터는 월납 초회보험료(보험계약시 첫회 받는 보험료)가 171억원을 기록해 교보생명(153억원)을 앞질렀다. 주력상품인 종신보험판매는 5월부터 업계 1위로 부상해 탄탄한 영업력을 과시했다. 보험사의 현금순유입을 나타내는 보험수지차는 99년2∼10월 마이너스 8284억원이었으나 99년11월∼2000년7월 1조105억원으로 개선됐다.
대한생명 생활설계사로 7년 동안 일해온 은평지점 김정숙(金貞淑·48)씨는 이렇게 말한다.
“작년에는 너무 힘들었다. 최순영 회장이 구속되느니, 회사가 해외기관으로 넘어가느니 하는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도저히 보험가입을 권유할 수 없었다. 경쟁보험사의 비방도 참기 어려웠다. 이제는 국영기업체의 이미지가 크게 부각돼 어떤 보험사보다 안전하다는 점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다. 회사에서도 설계사 위주로 정책을 펴고 있어 근무여건이 너무 좋아졌다.”
▼이강환 대생회장 인터뷰▼
지난 9개월 동안 대한생명의 새사령탑으로 계열사 구조조정과 영업실적 향상을 진두지휘해온 이강환(李康煥)회장은 30년동안 보험외길을 걸어온 생보업계 베테랑.
이회장은 “회사경영은 완전히 제 궤도에 올랐지만 책임준비금 부족분을 모두 채우려면 6∼7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취임 당시 직원들의 동요를 어떻게 진정시켰나.
“모든 것을 솔직히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직원들에게 부실원인을 설명하고 향후 정상화방안과 비전을 제시했더니 직원들이 수긍하고 성실하게 따라왔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각종 위원회에서 토론을 거쳐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 과거처럼 오너의 독단으로 회사가 움직이지는 않는다.”
―방만했던 자산운용은 어떻게 바꿨나.
“생보사는 수익성보다 안전성이 훨씬 중요하다. 현재 주식비중이 총자산의 4.5%지만 앞으로 3%까지 줄이고 부동산투자는 자제할 것이다. 대신 국공채 등 우량채권에 주로 투자하고 대출도 기업보다는 서민대출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계열사정리였다. 임직원과 이해당사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면서 무난히 처리하는게 쉽지는 않았다. 남은 계열사 중에는 신동아건설이 최대난제다. 건설업 경기가 좋지 않고 아파트입주자 문제도 걸린다. 매각이 안된다면 시간을 두고 정리할 생각이다.”
―앞으로 어느 부문에 역점을 둘 것인가.
“외형경쟁은 자제하고 내실있는 경영을 해나갈 것이다. 저축성보다는 보장성보험과 단체보험 종신 퇴직연금보험이 수익의 근원이 될 것이다. 지금은 금리가 낮아 저축성보험을 통해 거액이 들어와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
―최순영 전 회장에 대한 구상권 행사는….
“밖으로 드러난 전재산을 가압류하고 소송을 진행중이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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