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유망종목 고르기]ROE높은 ‘업계 1위’ 잡아라

  • 입력 2002년 4월 10일 17시 31분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한국 기업은 장기투자를 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기업가치가 매년 떨어지는 구조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8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 기업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는 4∼6%였고 같은 기간 금리는 10%대였습니다. 10%짜리 돈을 빌려 자본의 5% 남짓 이익을 냈다면 손해입니다. 갈수록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셈이지요.”

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가 하락하는 구조에서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달라졌다. 장 사장은 요즘 “ROE가 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업체라면 기업가치도 꾸준히 높아지므로 장기투자를 해도 좋은 셈”이라고 말한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경영투명성 실적호전 등으로 ROE를 높인 업체들이 주가상승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실적호전’ 업종선택▼

▽ROE혁명의 모델, 삼성전자〓증권가에서 ‘마땅한 종목을 찾지 못했다면 삼성전자에 돈을 묻어두면 된다’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익을 많이 내고 기업가치가 꾸준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높은 ROE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D램 휴대전화 TFT-LCD 등 보유 사업부문이 세계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1·4분기 순이익이 1조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기대될 만큼 실적이 좋다. ROE는 2000년 40.7%, 2001년 16.5%, 2002년(추정치) 23.4% 등이다.

구조조정에 성공해 저비용 고효율 체제를 갖춘 덕분이다. 경영의 투명성도 높은데다 외국인 지분이 높아지면서 주식보유자는 높은 배당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1위 또는 세계적인 경쟁력, 안정된 고수익 구조, 경영 투명성, 높은 외국인 지분율 등 주가 상승 요인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요소들과 높은 ROE가 맞물린 기업이 투자 유망 종목인 셈이다. 여기에다 주가가 아직 업계 평균보다 덜 올랐다면 더욱 매력적이다.

▽업종을 살펴보라〓굿모닝증권 홍춘욱 연구원은 “보험 은행 등 수익구조가 개선된 업종에서 종목을 찾는 것도 좋다”며 “보험업계는 경쟁의 초점이 시장 점유율에서 수익으로 바뀌면서 업종 전반적으로 수익구조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ROE 높아도 지속성 확인해야▼

사고율 감소와 보장성 보험 증가도 보험사의 고수익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자동차 손해율이 업계에서 가장 낮고 2001년 ROE는 업계 최고인 30%대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화재는 프리미엄 보험 판매로 고급화 이미지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삼성증권 이남우상무는 “외환위기 이후 눈에 띄게 구조조정을 이룬 업종은 은행”이라며 “은행주의 상승은 구조조정으로 ROE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높은 ROE 지속 업체 주목〓현대증권 박문광 투자전략팀장은 “기업의 ROE를 살펴볼 때 수치와 함께 지속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1년 새 주가가 7배나 뛴 롯데칠성의 ROE는 2000년 20.9%였고 2001년 22.6%, 2002년 20%(추정치) 등으로 꾸준하다. 농심도 같은 시기 14.3%, 13.2%, 14.1% 등으로 꾸준히 높은 ROE를 유지했다.

홍춘욱 연구원은 “농심과 롯데칠성은 라면 음료 시장에서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탄탄한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며 “ROE가 높은 업계 1위 종목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중앙건설 외환카드 신세계 삼일제약 일성신약 등도 꾸준히 높은 ROE로 주목받는 종목이다.

▽코스닥도 ROE바람〓코스닥 등록업체인 한단정보통신 휴맥스 한일 하나투어 파인디앤씨 디지아이 등은 9·11테러 이후 주가가 2.5배 이상으로 올랐다. 이들의 ROE는 39.8∼62.4%로 코스닥 등록기업 상위 15위 이내다.

벤처 성장성 미래가치 등으로 표현되던 코스닥시장에서도 ROE가 주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아직 입증되지 않은 미래가치만 보고 코스닥 종목에 투자해서는 곤란하다.

▼코스닥도 성장성보다 실속 중시▼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 수출비중이 높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디지아이, 2002년 추정 ROE가 38.7%에 이르는 국민카드, 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 연속 ROE가 30%를 웃돌 것으로 기대되는 반도체엔지니어링 등이 ROE로 주목받는 코스닥 기업이다.

▽ROE함정 조심〓ROE가 높은데도 부실한 기업이 있다. 감자(減資)나 부채 증가에 따라 일시적으로 ROE가 높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작은 자본금도 ROE를 높일 수 있는 요소다. 혹 이런 종목이 아닌지 꼼꼼히 살펴보고 반드시 피해가야 한다.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거래소 ROE 증가 상위 20개사 (단위:백만원, %)
회사당기순이익ROE
2000년2001년2000년2001년증가폭(%P)
미래와사람6,46868,0094.6035.2230.62
금강공업96528,79913.2242.0428.82
대현1,36410,5075.9625.1619.20
베네데스9664,0926.5322.7116.18
극동전선5,76814,9379.9323.1013.17
흥아타이어공업2,21915,8942.1313.8311.70
현대모비스113,138274,41718.1829.3111.14
유니온1,7787,5094.2413.419.17
신세계69,748188,9647.7516.548.79
영보화학3,1547,0288.1116.278.16
웅진닷컴10,21520,1159.4317.127.69
한국가스공사94,452296,8664.0411.657.62
보령제약5,96613,1508.0915.697.60
천일고속5961,8554.1211.437.32
코오롱건설1,46115,4500.787.696.91
한국제지1,13716,8440.557.326.77
경인양행2,4845,7555.5012.126.63
중앙건설16,13027,87224.1830.496.32
이수화학13,76931,8385.8812.156.28
동일방직4,31718,4762.108.336.23
※금강공업은 2001년 1월 부채를 출자 전화해 자본금이 큰 폭으로 증가함.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이 29배로 늘었으나 ROE는 3배 가량으로 늘어나는데 그침.
자료:증권거래소

2001년 ROE 상위 기업 (단위:%)
거래소코스닥
금강공업42.0한단정보통신62.4
남광토건36.4강원랜드60.0
미래와산업35.2휴맥스56.5
중앙건설30.4백금정보통신53.4
현대모비스29.3한일52.8
한국전기초자25.8삼영51.7
대현25.1성원파이프50.5
삼일제약24.7국순당47.1
한섬24.0국민신용카드46.2
한국특수형강23.5하나투어44.7
동신제약23.5한국해저통신43.7
동부정밀화학23.3야호커뮤니케이션43.5
한라공조23.2파인디앤씨42.6
극동전선23.1디지아이39.8
웅진코웨이22.8에스에프에이38.5
베네데스22.7한국트로닉스37.9
근화제약22.4모디아37.0
태평양21.1태영텔스타36.9
일성신약20.0우수씨엔에스36.7
SK텔레콤20.0반도체엔지니어링36.6
자료:증권거래소, 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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