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김상철/신용카드를 ‘문제아’ 취급 말라

  • 입력 2002년 6월 3일 17시 39분


김상철 / 경제부
김상철 / 경제부
신용카드 관련 범죄가 잇따르면서 카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발생한 일부 범죄의 용의자들이 “신용카드 빚 때문이다”고 동기를 밝히면서 ‘범죄〓신용카드’라는 등식이 알게 모르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이 같은 범죄는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소비한데 따른 후유증이지 카드 자체가 야기한 것은 아니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평균 4.3장의 카드를 갖고 있다. 대다수 카드소지자가 범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신용카드는 신용사회를 만드는 토대로 카드사용이 늘면서 사회가 맑고 투명해지고 있다.

카드 결제가 증가하면서 숨겨졌던 세원(稅源)이 포착돼 개인사업자는 물론 상당수 전문직 종사자들도 종전보다 세금을 많이 낸다. 장기적으로 볼 때 ‘유리알 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 공무원 등의 세금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정치자금에도 카드사용을 의무화하면 각종 게이트 같은 정신을 어지럽게 만드는 부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최근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나 신분증 위조자 등에 카드를 발급해준 카드사를 제재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앞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활동은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 내놓은 사용한도 축소 등의 신용카드 대책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소수의 잘못 때문에 선량한 다수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

카드사에 내년말까지 전체 사용액 대비 현금서비스 비중을 50% 이하로 내리라고 하는 것도 시장원리에 어긋난다. 고객이 쌀을 찾으면 사업자는 쌀을 팔게 돼 있다. 고객이 원치 않는 보리를 매출액의 절반만큼 무조건 팔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는 현 정부의 규제철폐 정책에도 반하는 일이다. 방문모집을 허용한다느니 불허한다느니 하며 기업의 마케팅 방법을 규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핵심은 ‘신용이 없는 사람에게 카드를 발급하는 일’이며 ‘올바른 소비교육’에 관한 문제이다. 본인확인과 신용평가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또 현금서비스 수수료가 은행의 대출금리보다 높지만 왜 손님이 몰려드는지를 파악해 그 원인을 해결해 주는 것이 제대로 된 접근법이다.

부엌칼이 범죄에 이용된다고 해서 정부가 부엌칼의 생산과 유통을 통제해서야 되겠는가.

김상철 경제부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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