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부동산 담보대출도 신용따라 차등”

  • 입력 2002년 7월 17일 17시 59분


같은 금액의 부동산 담보를 은행에 맡기더라도 신용도가 높은 고객은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신용있는 사람에게는 금리도 더 낮게 매겨진다.가계대출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부동산담보대출에도 이제 ‘개인의 신용상태’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은행권에 확산되고 있다. 은행들이 앞다투어 부동산 담보대출에 고객 신용도를 반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격도 함께 추락하면 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기 때문.

지금까지 해온 담보대출에도 ‘고객의 신용도’라는 방패막이를 활용해 리스크(위험)를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부터 가계담보대출 한도를 결정할 때 지역별로 담보인정 비율을 60∼70%로 차등화하되 고객 신용도와 기여도에 따라 대출한도를 우대하는 가계대출 제도를 도입했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가계대출 담보인정비율 산출시 지역 및 개인 신용도를 감안하지 않고 감정가의 80%를 일률적으로 적용해왔다.

새로 도입되는 가계담보대출 산정방식은 각 지역을 시·군 단위로 세밀하게 나눈 뒤 연체율과 경매 성사 가능성 등을 감안해 3등급으로 분류하고 담보 인정비율을 차등 적용한다. 예컨대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70%, 강북은 65%, 지방은 60%의 담보인정비율을 적용한다. 특히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담보인정비율을 15%까지 얹어주기 때문에 신용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대출한도가 늘어나게 되는 셈. 다만 전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 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이 8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우리은행(옛 한빛은행)도 담보대출에 적용할 고객 신용등급별 융자비율을 차등화, 전산개발을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은 부동산담보 비율을 하향조정하면서 신용도가 우수한 고객에 대해서 담보비율을 높여주는 제도를 일찌감치 시행하고 있다.제일은행도 담보대출에 고객의 신용도를 감안하고 있으며 8월말까지 신용리스크 측정시스템이 만들어지면 고객 신용도를 중시하는 여신심사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다른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대출에 대한 개인신용평가 시스템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올 연말까지 국내은행들도 이같은 새로운 대출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이미 주택담보대출에 개인신용도를 반영해 대출한도를 결정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담보보다는 개인 신용도를 더 중시하는 시각변화는 금융당국의 지도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대출에 대한 개인 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은행권에게 권고하는 한편 담보금액 대비 대출금액이 60%를 넘는 경우 개인신용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라고 유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시장이 출렁거리는 진폭이 더 커지고 있는데 따라 은행들도 담보 가치 하락에 따른 위험도가 크다는 점을 인식해 자발적으로 이를 감안한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는 추세”라며 “대부분의 은행들이 신용도를 감안해 담보대출 한도와 금리를 차등화하는 현상이 곧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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