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국민銀 펀드 돌풍… 증권사 긴장

  • 입력 2002년 9월 23일 16시 07분


국민은행이 펀드판매 시장의 ‘강자’로 떠오랐다.

국민은행의 8월말 현재 수익증권 판매잔액은 10조1901억원. 2등인 조흥은행의 1조9000억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다. 후발주자인 국민은행의 기세에 증권사들도 적지 않게 긴장하는 분위기.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이 수익증권을 ‘전시용 상품’으로 여길 때, 그리고 증권사들이 현실에 안주할 때 이를 ‘세 확장’의 적기로 삼았다”고 말했다.

99년1월 은행도 수익증권을 팔 수 있도록 허용되자 국민은행은 곧 수익증권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른 은행보다 1년 이상 빨리 진입한 것.

이런 결정에는 증권회사 사장 출신인 김정태 행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 행장은 직원들에게 “앞으로는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이자의 차이)만으로는 은행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수익증권 판매에서 나오는 수수료도 주요한 수익원”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1150개 점포, 3000만 계좌의 고객이라는 튼튼한 영업 기반을 갖고 있다. 국내 1위 증권사의 지점이 200여개인 것에 비하면 월등히 나은 조건.

판매전략은 ‘수익률 1등 상품은 팔지 않는다’는 것.

국민은행 조안석 제휴영업팀장은 “한국은 미국처럼 장기적으로 1등을 하는 운용사가 없다”며 “수익률이 1등인 회사는 장이 꺾일 때 수익이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고수익’보다는 ‘저위험, 중간수익’을 추구하는 것.

따라서 국민은행이 판매하는 수익증권은 대체로 ‘원금보존 추구형’이 많다. 주식파생상품 등을 이용해 장이 오를 때는 덜 오르더라도 빠질 때 원금은 보존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조팀장은 “정기예금 금리가 연 5%이므로 수익증권의 수익률은 연 7∼8%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은행 고객들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원금이 크게 깎일 경우 은행과의 거래 자체를 끊을 수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이 든든한 고객층을 배경으로 수익증권 시장을 공략하면 증권사들의 수익증권 시장은 크게 잠식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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