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뒤 날개 없이 추락하는 듯했던 증시가 올해 들어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자 한동안 ‘다시는 펀드 안 한다’고 했던 사람들도 슬슬 새로운 어떤 펀드에 투자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회사원 윤모 씨(33)는 “지난해 하도 수익률이 안 좋아서 펀드는 다시 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요즘 증시가 눈에 띄게 오름세를 보이고,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회복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계속 나오자 다시 펀드에 눈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에 따르면 최근 지점에는 펀드에 대한 궁금증과 투자 전략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
1년 만에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찬스 상황으로 바뀐 요즘 어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지를 주요 증권사의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이들은 투자하기 적합한 펀드로 ‘원자재 펀드’와 ‘그룹주 펀드’를 꼽았다.》
○ 경기 회복 타고 오르는 원자재 펀드
많은 전문가들은 원자재 펀드의 경우 세계 경기가 회복세라는 점을 강조했다.
원자재는 대체적으로 경기 회복에 민감하다. 경기가 좋아져서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고, 투자를 늘리는 것의 영향을 받기 때문. 이에 따라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강해지고 있는 것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 회복이 빨라지면서 원자재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팀장은 “유가가 올해 초부터 꾸준히 올랐고 앞으로도 상승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많은 펀드들이 투자하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올해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유가가 크게 오른 것에 힘을 입었다”고 말했다.
원자재 펀드는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낮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원자재 펀드는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분산 투자 또는 대안 투자를 알아보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 등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원자재 펀드를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질 때 원자재 관련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 역시 믿을 수 있는 대형 우량주
그룹주 펀드도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지라고 추천한 펀드다. 그룹주 펀드의 경우 투자 종목들이 대형 우량 기업들이 많고 향후 미국 경기가 회복될 경우 수혜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또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세력인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종목들이 대형 우량주라는 이유도 그룹주 펀드의 투자 가치를 높게 만드는 요소다.
미래에셋증권 이용규 상품기획팀장은 “당분간 외국인들이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에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종목에 중심적으로 투자하는 그룹주 펀드를 선택하는 것도 적절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1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에 비해 국내 대형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는 점도 그룹주 펀드에 대한 투자를 유망하게 만드는 이유다.
삼성증권 이재경 투자컨설팅 파트장은 “그룹주의 경우 비즈니스 다각화와 성장 동력 발굴 노력이 이루어져 그룹주 자체만으로도 우량주 포트폴리오를 형성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컨설팅센터 센터장도 “삼성그룹주 펀드 같은 경우 향후 성장이 유망한 산업 관련 기업군이 대거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 원자재와 그룹주 펀드 외에는?
원자재 펀드와 그룹주 펀드 외에 눈여겨볼 만한 펀드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김대열 팀장은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사전에 정해진 수익 구조에 따라 수익을 올리는 주가연계펀드(ELF)와 고배당주에 집중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배당형 펀드를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국내와 글로벌 주식형 펀드를 추천한 경우도 있었다.
우리투자증권의 김정환 재무컨설팅부장은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선진국 주식시장도 강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이머징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 중에는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폭이 컸지만 회복 중인 러시아에 투자하는 러시아 펀드 등도 투자 가치가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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