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한국의 애널리스트들은 “팔라”는 말을 잘 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은 특정 기업에 대해 나쁘게 말하기를 꺼린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1996년 12월 동서증권이 엔케이텔레콤에 대해 매도 추천을 내자 엔케이텔레콤 직원 30여명이 동서증권 앞에 몰려와 항의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이들은 “이 자료 때문에 주가가 더 떨어졌으니 공식 사과 광고를 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1991년 9월에는 한 연구원이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경고한 ‘대공황의 교훈’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연구원은 글을 발표한 뒤 “쓸데없는 이야기로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투자자들의 항의로 한동안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달콤한 이야기’만을 듣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닫힌 마음이 한국 증시에서 ‘쓴소리’를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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