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언론이 ‘증권가와 명동 사채시장에 부도 예상기업 명단이 적힌 출처 불명의 괴문서가 등장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 언론은 “일부 큰손이 해당기업의 주가 하락을 유도한 뒤 주식을 매입하려는 의도로 만든 것”이라는 그럴싸한 추측까지 내세웠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정 위원이 만든 증권사의 공식 보고서였다.
저자가 밝혀지자 투자자의 항의와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나 실제 정 위원이 거론한 25개 종목 가운데 18개 종목이 이후 부도 및 합병으로 관리종목이 되거나 회사가 사라졌다.
이 사건은 한국 증시가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지적에 대해 얼마나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이다. 증시에서 정보는 ‘듣기 좋은 칭찬’과 동의어가 아니다. 솔직한 지적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증시의 정확한 정보 유통이 가능한 것이다.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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