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클릭]씁쓸한 '보물선 파동'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56분


2년 전인 2000년 12월, 한국 증시 사상 최고의 코미디 가운데 하나로 기억된 이른바 ‘보물선 파동’이 벌어졌다. 파문의 주인공은 당시 자본잠식일 정도로 경영 상태가 나빴던 동아건설.

12월초 이 회사에 대한 꿈같은 이야기가 증시에 떠돌기 시작했다. 동아건설이 바다 속에서 러시아의 군자금을 실은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것. “그 배에는 50조∼150조원 상당의 금괴가 들어있다더라” “동아건설이 이 중 5조원만 갖게 돼도 주당 순자산 가치가 8만4000원을 넘어선다더라” 등 근거 없는 소문이 끝없이 나돌았다. 300원이던 동아건설 주가가 1000원을 넘어섰다. 해양수산부가 12월18일 “발견 물체가 선박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투기의 광기는 멈추지 않았다. 장장 17일 연속 상한가. 이 회사 주가는 3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광적인 투기의 종말은 항상 그렇듯 참담했다. 동아건설은 끝내 보물선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회사는 결국 종가 30원을 끝으로 지난해 6월 쓸쓸히 증시에서 사라졌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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