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銀 로비 수사]徐 前행장 『돈 떼일줄 알면서도…』

  • 입력 1999년 7월 19일 19시 41분


“속된 말로 코가 꿰었지요. 자금지원을 중단하면 문제의 회사가 부도나고 그러면 돈을 떼일 것이 뻔해 어쩔 수 없이 끌려간 겁니다.”

서이석(徐利錫)전경기은행장은 지난해 4월 부실기업인 ㈜태화건설에 계속해서 174억원을 대출해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검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서전행장의 진술에 따르면 그에게 ‘코가 꿰이도록’ 한 사람은 다름아닌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 서 전행장은 “최시장이 대출을 부탁해 어쩔 수 없이 대출해줬다”고 진술했다. 태화건설은 여신심사위원회에 의해 대출부적격업체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서전행장은 또 같은 달 삼용종합건설산업에 40억원을 대출해줬다. 삼용건설은 97년 5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하고 부채비율도 1175%에 달하는 부실기업. 여신담당 양모 대리와 이모 차장은 대출지시에 강력히 반발하며 “도장을 못찍겠다”고 대들기도 했다. 서전행장은 같은 해 3월 건설회사인 ㈜일신에 50억원을 대출해줬다. 일신은 자기자본 비율이 10%대에 불과해 자체 심사결과 ‘요(要)관찰기업’으로 분류됐고 신용평점도 33점에 불과했다. 일신측은 당시 인천지역 국회의원인 국민회의 서정화(徐廷華)의원을 동원했다는 것.

서전행장은 검찰에서 “서의원이 자신의 후원회 회원이라며 이대성(李大聖)사장을 사무실로 보냈다”고 진술했다. 이들 회사는 그후 2,3개월 안에 모두 부도가 났고 경기은행도 퇴출당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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