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銀 로비사건]검찰, 석연찮은 말바꾸기

  • 입력 1999년 7월 22일 19시 13분


인천지검은 22일 경기은행 퇴출관련 로비사건과 관련해 아태재단 이사냐, 아니냐로 논란을 빚은 이영우씨에 대해 ‘아태재단 이사가 아닌 정치사기꾼’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를 소환한 21일 오후 4시간 동안 이례적으로 네차례나 브리핑을 하면서 그 때마다 말을 바꿔 ‘혹시 무엇을 감추려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검찰이 비밀리에 이씨를 소환한 것은 21일 오전7시. 검찰은 이날 오후 2시10분경 이씨 소환을 확인하려는 기자들에게 “아태재단 이사가 관련됐다는 설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오후 3시경 검찰은 다시 브리핑을 자청해 “아태재단 이사직을 맡고 있는 이모씨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중이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이사직에서 해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쭉 지켜보면 실체를 안다고 하지 않았느냐. 우리는 오랫동안 내사를 벌여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40여분 뒤 분위기가 또 반전됐다. 검찰은 “이씨는 아태재단 이사가 아닌 것 같다. 정치사기꾼 아니면 정치브로커 같다. 이씨가 아태재단 미주지사 이사라고 해 이를 믿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검찰은 다시 오후 6시10분경 “이씨는 대통령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의 장조카인 이영작씨에게 접근하려 했던 사람인 것 같다. 아태재단에서도 이사가 아니라고 공식발표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씨를 소환한 뒤 바로 브리핑을 했다면 “미처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변명’이 어느정도 설득력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씨를 소환한지 7시간 이상 지난 뒤 첫 브리핑을 하면서 검찰이 피의자의 신분을 놓고 오락가락 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