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씨를 구속하면서 처음에는 이씨가 ‘정치브로커’이며 사건의 성격은 ‘단순사기사건’이라고 발표했다가 ‘나름대로 영향력이 있는 거물급’이라고 번복하는 등 이씨에 대한 설명이 오락가락했다.
그러나 환태평양협회 소개책자와 이 협회 임원 및 회원들에 따르면 그는 정관재계에 ‘발이 대단히 넓은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환태평양협회는 75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경제협력사업과 이해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 한호(韓濠)협회를 모태로 81년 설립됐다.
이씨는 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국회의원 재벌총수 등 사회지도층 인사 1000여명을 임원 및 회원으로 등록시켜 광범위한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다.
올해 초 36쪽 분량으로 제작된 협회 소개 책자에는 지난해 6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이씨가 백악관 영빈관에서 ‘한미경제외교협회 회장단’ 회원자격으로 김대통령의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비롯해 여권을 중심으로 정관재계 유력인사들과 찍은 사진 30여장이 게재돼 있다.
환태평양협회는 소개책자를 통해 정 재계와 언론계 주요 인사, 전직 고위관료 및 재미 유력인사 등이 협회 총재, 부회장과 고문이라고 소개했다.
협회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씨는 재미교포인 한 유력인사를 통해 이여사의 조카인 이영작(李英作)박사를 소개받은 것으로 안다”며 “이씨가 워낙 정관재계에 발이 넓어 일부 인사들은 이씨를 우연히 한두번 만나보고 나서도 별 생각없이 협회 직함을 수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이씨가 정치인들에게는 ‘선거에 도움을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 임원을 맡기는 등 협회를 거창한 사교그룹처럼 활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미루어 이씨는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각계 유력인사들을 끌어들여 홍보하는 한편 이들을 통해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로비활동도 벌여온 것으로 보인다.
환태평양협회 소개책자에는 또 현대 삼성 LG 대우 SK 등 5대 재벌그룹은 물론 30대 그룹 총수 대부분이 명예회원이며 101개 기업체가 회원사라고 기재돼 있다.
〈김상훈·박윤철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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