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銀로비 수사]검찰 「숨은 손」 왜 수사안하나?

  • 입력 1999년 7월 29일 19시 36분


경기은행 퇴출의 직접적 원인은 ‘부실대출’인 것으로 검찰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담보가 턱없이 부족한데도 은행 임직원들이 대출커미션을 받고 부실기업에 거액을 대출했으며 이 과정에 지역유력인사의 ‘외압’도 있었다고 인천지역 상공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인천시가 지난해 T건설에 대출을 해주도록 요청하는 공문을 경기은행에 보낸 사실이 검찰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역 유력인사들의 ‘외압’부분에 대한 수사를 외면해 정치적인 고려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입수한 인천지검의 ‘경기은행 비리사건 수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지난달 경기은행의 서이석(徐利錫)전행장 등 7명을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과정에서 토호세력이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부실대출 규모 등 경기은행의 대출비리 전모를 파악했다.

이에 따르면 경기은행은 퇴출직전 인천지역의 H, T, D, W, I, S건설 등 6개 건설업체와 D강철 D알루미늄 S중기 등 모두 9개 업체에 1691억원을 부당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대출 금액은 H건설 551억원, T건설 401억원, D건설 204억5000만원, W건설 100억원, I건설 50억원, S건설 40억원 등이다. 이밖에 D강철에 160억원, D알루미늄에 105억원, S중기에 80억원을 부당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은행의 96년 12월 기준 부실여신은 345억원에 불과했으나 98년 2월에는 4484억원으로 부실여신 규모가 13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이것이 곧 퇴출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은행감독원이 ‘경기은행의 부실채권은 3400억원, 관련 대출업체는 28개’라며 수사를 의뢰하자 대출 경위, 대출금 사용처, 대출커미션 제공여부 등을 조사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서전행장도 검찰에서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이 없었더라면 경기은행은 퇴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특히 97년부터 퇴출직전까지 1년6개월 사이의 부실 대출에는 십중팔구 ‘외압’이 작용했다는 게 지역상공인들의 지적이다.

검찰조사결과 경기은행은 채무자의 재무상태 금융거래상황 사업전망 상환능력 등을 분석해 건실한 기업체에만 대출을 해주도록 규정한 △여신총칙 △여신심사 운영지침 △기업신용여신취급지침 △여신건전화 조기경보관리지침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9개 부실업체에 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9개 기업체 모두 여신심사평점 45점미만, 신용평점 65점미만의 부실기업이었는데도 대출이 이루어졌다는 것.

이 과정에서 인천지역의 유력인사인 C, S, P, G, L, J씨 등이 경기은행 임직원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나 검찰은 거듭 수사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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