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밖 월드컵]“우린 월드컵 난민”

  • 입력 2002년 6월 3일 18시 36분


‘월드컵 난민.’

아프가니스탄에서 파견 근무중인 국제 구호요원들이 월드컵 경기를 중계방송으로 보지 못해 엄청난 스트레스에 빠져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일 전했다.

열악한 전력 사정과 장비 부족으로 TV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 현지 실정에서 별도의 접시 안테나와 전파변환기까지 필요한 위성중계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기 때문.

지금까지 아프가니스탄의 혼란상 속에서도 묵묵히 근무해온 국제 구호단체 직원들과 외국 기자들은 월드컵 개막 이후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악몽과 같은 곳”이라는 불만을 공공연히 토로하고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아프간 국민 상당수는 지금 월드컵 경기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

아일랜드에서 온 한 구호단체 요원은 “시내 곳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는 곳이 전혀 없었다”며 아일랜드와 카메룬전을 놓친 것을 무척 안타까와했다. 브라질 출신의 한 유엔 대변인은 어떻게 해서든 축구 경기를 보려고 기를 썼으나 설치해야 할 장치가 워낙 많아 시청을 포기했다. BBC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아프간은 비교적 안전한 도피처가 될 것”이라고 짖궂은 평을 했다.

이들의 ‘참상’을 보다못한 프랑스의 한 언론 지원단체가 카불 국립 경기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 축구 경기 중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이들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이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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