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닥터]배당주 투자, 가치투자의 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이맘때면 주식시장에 나타나는 화두가 있다. 신문의 경제섹션에도 자주 등장한다. 바로 ‘배당’이다. 주식 투자자이건, 펀드 투자자이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배당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배당은 중요한 투자 지표이면서 투자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그런데 올해 배당에 대한 관심이 예년보다 훨씬 더 크다. 다름 아닌 저금리 시대이기 때문이다. 저금리 상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의 배당에 기대를 크게 걸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은행 확정금리만 고집해왔던 고객이 배당이 많은 주식이 어떤 것인지를 문의하러 왔다. 아마도 더 이상 현재의 금리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으니 일반 주식에 비해 변동성이 그나마 적다는 배당종목투자에 눈길이 간 듯했다.

올해 12월 결산법인의 기말 예상 배당금 지급규모는 전년도보다 1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코스피 종목 중 시가 배당률이 높은 50개 종목만 놓고 보면 예상 배당수익률은 3.7% 수준이다. 현재는 3년 이상 장기보유하면 배당소득에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시중 금리 대비 배당투자의 메리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증시상황을 봐도 내년은 기업의 이익 수준이 정체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투자 매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배당주의 매력이 한층 부각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2005년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업실적이 피크를 보였던 2004년 이후 2005년에는 이익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신흥시장의 경제 성장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저평가 상태였던 배당 주식이 각광을 받았다. 내년에도 최근의 양호한 수급상황을 감안해 볼 때 2005년과 유사한 재평가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배당주 투자에서도 조심할 구석은 있다. 단기간에 증시의 주가변동이 확대될 경우, 배당수익보다 자본손실(주가하락)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리고 비과세 혜택을 폐지하는 세제 개편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과세 여부에 따라 배당투자의 세후수익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꼭 짚어야 할 부분이다.

매년 배당액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기업이 재무적으로 안정되고 기업의 수익기반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런 의미에서 배당투자야말로 미국의 투자 대가 워런 버핏이 강조해온 가치투자의 출발이다. 이렇듯 배당투자는 단지 배당수익 자체만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의 배당투자는 실익이 거의 없다. 기업의 배당 성향을 향후 기업 자금사정이나 실적을 전망하는 보조 자료로 활용하면서, 장기투자를 겨냥하는 배당투자를 강추한다.

이재경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 jk1017.lee@samsung.com

정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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