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작업모 쓰세요!』
서울 신촌 이화여대 정문 옆에 세워지고 있는 「이화 SK 텔레콤관」 공사현장에서는 여성 특유의 고음이 수시로 들려온다.
선경건설이 20년 사상 처음으로 배출한 여성 현장관리자 成恩榮(성은영·24)씨.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책임지는 게 성씨의 임무다.
때문에 남자들만의 영역으로 치부되는 건설현장에서 하루종일 아버지뻘의 남자들을 구석구석 쫓아다니며 「협박」과 「애교」로 휘어잡아야 한다.
『현장을 알아야 제대로 된 안전관리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자원했어요』
성씨는 회사는 물론 대학(서울산업대 안전공학과)의 여자 선후배나 동기중에서도 유일한 건설현장 근무자.
『회사나 친구 모두가 지켜보는 듯해요. 그래서 나름대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애쓰지요』
오전 6시50분. 그때부터 하루일과는 시작된다.
『대충 아침 일과 준비를 하고 7시부터 (현장)소장님과 다른 인부아저씨들하고 체조를 해요』
체조시간에는 그가 대장이다. 그의 구령에 맞춰 50여명의 사내들이 모두 움직여야 한다.
『그 뒤부터 정신없어요. 7시30분부터 지난밤 동안의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8시에 아침 먹고, 9시에 하루일과 토의하고…. 퇴근요? 공식적으론 오후 6시30분이지만 대개 한 두 시간 정도 더 일해요』
석달 남짓한 현장근무로 벌써 얼굴이 새까맣게 탔다.
딸만 둘인 집의 막내로 미혼. 『회사에서 최고의 안전전문가로 인정받는 게 최대의 목표』라고 밝히는 목소리가 다부지다.
〈황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