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는 이제 문화상품이니까요. 요즘은 커피 마실 때도 분위기 있는 에스프레소점에서 ‘분위기 값’까지 내지 않습니까.”
LG건설 주택기술1팀 강철현 과장은 “소비자는 ‘몸 누일 건물’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함께 사기 위해값을 치른다”고 설명한다.
강 과장은 10년째 LG건설에서 조경을 담당하고 있다. 용인의 LG빌리지는 단지를 10개의 거대한 테마공원으로 만든 아파트. 공원을 계획대로 만들기 위해 아파트 한 개 동, 분양 수익으로 따지면 150억원 이상을 포기했다.
“98년 이전만 해도 아파트 단지의 조경은 법적 요건만 맞추는 게 전부였어요. 규정된 넓이의 자투리 땅에다 아무 나무나 꼽는 식이었죠.”
외환위기 이후 아파트 분양이 잘 되지 않았다. 건설업체들은 마케팅을 위해 내장재와 외부경관 차별화에 나섰다. 분양가도 자율화돼 건물 자체뿐만 아니라 ‘쾌적함’에 대한 가치를 아파트 값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눈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실제 ‘기능적으로’ 쾌적해야죠.”
골바람이 불지 않게 동 배치를 해야 하고,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보행자 전용도로를 내야 하며, 그러면서도 자가용의 접근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최근에는 ‘환경친화’가 조경의 큰 주제입니다. 질서를 깨지 않는 것이죠. 야생동물이 지나다닐 수 있는 생태 통로를 만든다든지 조류 협회에 조사를 의뢰해 새가 날아들 수 있도록 새집을 마련한다든지….”
하나의 프로젝트에 착수해 1차 계획서가 나올 때까지 짧게는 4, 5개월, 길게는 1년 정도 걸린다. 자연환경, 입주예정자의 생활수준 등 인문 사회 지리적으로 고려할 것이 많다.
강 과장은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했고 부모님도 과수원 하나 갖는 게 소망일 만큼 ‘자연적’이지만 그도 아직은 ‘성냥갑’ 아파트에 살고 있다. 좋은 집은 역시 비싸기 때문이라고.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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