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과거는 능숙한 작가가 잘 포장한 서사시와 비슷하다.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180명 가운데 3등을 했어요. 그런데 등록금이 없더라고요. 전북 익산에서 무작정 상경해야 했지요. 그때 목공일을 시작했습니다.”
16세 때 직접 목공소를 차리기도 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남의 밑에서 일하기를 13년.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놓았던 펜을 다시 잡았다.“중학생 교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는 그는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치고 29세 때 연세대 중문과에 합격했다.
“푼돈은 막노동으로 벌 수 있지만 큰돈은 배우지 않고서는 쥘 수 없습니다.”
대학 시절 독서실을 운영할 정도로 사업에 수완을 보였지만 정작 생각처럼 ‘큰돈’을 벌기는 어려웠다. 욕심을 부려 33세 때 하천 복개공사를 하는 개발회사를 차렸지만 몇 년을 못 버티고 무너졌다. 그 후 세 번의 자살 미수.
“사는 것도 어려운데 죽는 것은 더 힘들더군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몇 년을 보낸 후 남대문에서 상가 임대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상가 임대사업에서 얻은 자신감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큰 사업을 기획했다. 패션의 중심지로 부상한 동대문에 극장과 위락시설 도매상가로 구성된 테마쇼핑몰을 만들겠다는 것. 다행히 이번에는 운명의 여신이 윤 사장의 손을 들어주는 듯하다. 전체 물량의 60% 이상이 팔렸을 정도로 순항 중이다.
그는 여세를 몰아 부산과 광주에도 사업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련은 고통만 주고 가는 게 아니라 경험을 남기더군요. 이제부터는 큰돈은 물론 큰 인생을 그릴 작정입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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