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백화점 화장실은 5000만원짜리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16분


고급 백화점이나 호텔은 참 화려합니다. 백화점에서 그 화려함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게 화장실이죠.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백화점 남녀화장실 1동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 평균 5000만원 선입니다. 커야 30∼40평 남짓한 공간을 꾸미는데 지방 중소도시에서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할 금액이 들어가는 꼴이죠. 다른 점포에서도 화장실 1동을 꾸미는 데 드는 비용이 이와 비슷합니다.

우선 바닥이나 벽의 대리석은 이탈리아산 최고급 제품. 재료비와 시공비 등을 합쳐 평당 30만∼40만원이 들어갑니다.

수도꼭지도 센서로 손을 감지하는 방식이어서 개당 가격이 60만원 안팎. 변기 역시 고급 제품이 쓰이는데요, 개당 10만원부터 70만원까지죠. 통상은 40만원대 제품을 많이 쓴다고 하네요. 물론 일제와 미제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 여자화장실에 많이 설치된 유아용 세면기는 국산이 없어 독일산 80만원짜리를 설치한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우아한 조명들, 원목 칸막이벽 등 화장실에 사용되는 자재 하나 하나가 모두 고급 제품입니다.

왜 이처럼 화장실에 많은 비용을 투자할까요.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주고객은 여성인데, 여성들은 작은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화장실 이미지가 백화점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게 분명하다”고 하더군요. 여자화장실이 남자화장실보다 건축 비용이 더 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랍니다.

호텔도 만만찮습니다. 1급 호텔에서 가장 작은 방은 10평 남짓합니다. 이 방을 리뉴얼할 때 평당 500만원꼴로 약 5000만원이 든다고 하네요. 바닥 카펫을 바꾸고 고급 마감재로 벽을 마무리하며 현관이나 화장실 바닥에는 예의 이탈리아산 대리석을 씁니다. 여기에 가구를 바꾸는 비용도 만만찮습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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